대상을 받은 강남롯데백화점의 장애인화장실 내부가 좁아 휠체어 및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이용이 힘들다. ⓒ박종태

강남구청과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제5회 아름다운 화장실 경진대회’를 공모했다. 이는 강남구의 화장실 문화를 업그레이드시켜 화장실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안락한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우수 화장실을 널리 소개해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공모는 업무용빌딩 및 병·의원 등 일반, 공공기관 공원 및 교육시설 등 공공, 개방화장실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접수 후 교수, 관련 전문가, 주민대표 등으로 꾸려진 심사 결과 대상 1곳, 금상 3곳, 은상 8곳, 장려상 12곳 등 총 24곳의 ‘아름다운 화장실’이 선정됐다.

대상은 롯데백화점 강남점(민간부문)이며 금상은 강남어린이집(공공부문), 임페리얼 펠리스호텔(민간부문), 명가원설농탕(개방화장실부문)이 차지했다.

은상은 역삼2동 주민센터(공공부문), 신사중학교(공공부문), 한마음어린이공원(공공부문), 한국기술센터(공공부문), 백제아트센터(민간부문), SERI(민간부문), 차이나팩토리(민간부문), GS강남타워(개방화장실부문)에게 돌아갔다.

이에 따라 대상을 비롯해 금상, 은상을 수상한 곳 중 6곳을 점검했다.

■대상: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8층 규모로 장애인화장실은 7층, 1층, 지하1층에 장애인화장실이 있었다. 7층과 1층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며 지하 1층은 비장애인 화장실 안에 장애인화장실이 있었다. 따라서 지하 1층의 경우 성별이 다른 가족 및 활동보조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내부는 공통적으로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들어가기 힘들었다. 휴지걸이, 비상호출버튼은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곳에 설치돼 있었다. 중증장애인들은 용변을 볼 때 기대야 하는데 등받이가 없어 불편했다.

■금상: 임페리얼 펠리스호텔의 장애인화장실은 1층에 남녀공용으로 설치돼 있었다. 내부에는 용변기 등받이, 세면대 양옆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휴지걸이가 손이 닻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반면 명가원설농탕에는 아예 장애인화장실이 없었다.

■은상: 5층 건물인 역삼2동주민센터는 장애인화장실이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돼 있었다. 비장애인화장실 내부가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는 들어 갈 수 없었다.

장애인화장실 내부는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들어 갈 수 없었다. 비상호출버튼과 등받이도 설치도 있지 않았고, 휴지걸이는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21층 건물의 한국기술센터는 장애인화장실이 1층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돼 있어 성별이 다른 가족 및 활동보조인은 들어 갈 수 없었다.

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은 손의 힘이 없으면 열기 힘든 미닫이문이었고, 문고리도 없었다. 내부는 좁고, 비상호출버튼 및 등받이가 없었다. 또한 용변기 양 옆 손잡이의 간격이 넓었고, 휴지걸이는 용변기 뒤쪽에 설치돼 있어 이용이 불편했다.

38층 건물의 GS강남타워는 장애인화장실이 1층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돼 있었고, 장애화장실 마크가 없었다. 출입문은 장애인들의 이용에 불편을 주는 여닫이문이었다.

장애인화장실 내부는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의 출입이 힘들었고, 비상호출버튼과 등받이가 없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금상, 은상을 수상하는 건물은 비장애인들의 기준에는 충족할지 모르지만,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이 컸다. 지난해에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이 ‘아름다운 화장실’로 선정돼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관계자는 “대상을 준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지하 1층 장애인화장실만 보고 선정했다”면서도 “장애인화장실이 잘돼 있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도 “서울시내에 장애인화장실이 잘돼 있는 곳이 없다”고 덧붙인 뒤 “심사기준에는 장애화장실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5회 아름다운 화장실 경진대회’ 시상식은 당초 9월 21일 열려야 했지만, 오는 10월 5일로 연기됐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7층 남여공용장애인화장실 앞에 설치된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은 저시력장애인들의 이동을 돕지 못한다. 눈이 부셔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박종태

금상을 받은 명가설농탕집은 장애인화장실이 아예 없다. ⓒ박종태

금상을 받은 임페리얼 펠리스호텔 내부에는 세면대 손잡이와 등받이가 없다. ⓒ박종태

은상을 받은 역삼2동주민센터의 장애인화장실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비장애인화장실의 입구가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들어 갈 수 없다. ⓒ박종태

역삼2동주민센터 장애인화장실은 내부가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들어갈 수 없다. ⓒ박종태

은상을 받은 한국기술센터의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열기 힘든 미닫이문이다. ⓒ박종태

한국기술센터 장애인화장실 내부는 좁고, 비상호출버튼 및 등받이가 없었다. ⓒ박종태

GS강남타워의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장애인들의 이용에 불편을 주는 여닫이문이다. ⓒ박종태

GS강남타워의 장애인화장실 내부는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의 출입이 힘들고, 비상호출버튼과 등받이가 없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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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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