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역에서 추락 ‘천운’으로 목숨을 건진 한 모씨는 현재 왼쪽 다리를 절단, 치료를 받고 있다. ⓒ박종태

“뇌전증(간질환)으로 정신을 잃어 선로에 추락해 다리를 절단한 것이 그 사람의 잘못인가요? 스크린도어도 없고, 부산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역무실에서 제대로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지는데…”

해운대역에서 추락 ‘천운’으로 목숨을 건진 한 모(45세, 정신장애 2급)씨의 가족들은 사고책임이 전가될 우려에 힘겨워 하고 있다.

한 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8시 25분 경 뇌전증 발작으로 해운대역 장산방향 선로에서 추락, 역내로 진입하던 전동차에 치였다. 이후 119 구조대에 의해 해운대 백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했고, 왼쪽 어깨는 골절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추락사고로 중상을 입은 것과 관련 스크린도어(승강장 차단문) 미설치, 해운대역 역무실에서의 늑장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한 씨는 전동차가 들어오기 30초 전에 갑자기 정신을 잃어 선로로 추락했다. 맞은편에서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역무실로 올라갔고, 사고 당일 해운대역을 방문했을 때 ‘역무실에서 추락 장면을 봤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해운대역 근무자가 역무실에서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전동차가 들어오고 30초가 지나서야 직원들이 황급히 내려왔다.

가족들은 한 씨가 추락하고 30초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근무자가 상황을 인지했다면 전동차와의 교신을 통해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고,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었으면 정신을 잃었다 해도 선로로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 씨의 처남은 “사고당시 역무실에는 당직자 한사람만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3명이 있어야 하는데 1명은 숙직실에서 자고, 1명은 쉬는 날이었다. 1명으로는 사고 방지 등의 업무를 하기에는 힘들다”고 지적한 뒤 “상황실에서 감시하는 자가 보았다면 왜 들어오는 전동차에 사고 상황을 미리 알려 기차가 서행으로 들어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처남은 “현재 해운대경찰서 형사과에 사건 접수돼서 조사 중인데, 사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결론나면 민사 때 제대로 된 치료비, 간병비 등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가족들이 피해보상을 걱정하는 것은 한 씨의 힘든 사정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한 씨는 3명의 누나가 모두 출가했고, 부모님이 연로해 머지않은 장래에 혼자 살아야할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해운대역 직원은 사고 당시 상황과 관련 “사고 발생을 안 것은 전동차 경적소리를 듣고, CCTV를 확인, 사고가 난 사실을 알았다”면서 청소 하는 아주머니의 신고로 인지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직원은 또한 “3명씩 교대로 근무를 하지만 1명은 휴무하고, 1명은 야간근무로 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운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이 사건은 형사사건 보다는 민사사건”라며 “뇌전증 장애인이 보호자도 없이 혼자 다니는 것은 더 불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교통공사 담당자는 스크린도어와 관련 “올해 부산지하철 10개 역사에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에서의 예산지원이 없어(부족해) 나머지 역사에는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자는 “모든 역사에는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는데 사고, 자살 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 한다”고 덧붙였다.

해운대역 추락 사고 현장. ⓒ박종태

해운대역 추락사고 현장.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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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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