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해치마당에서 5호선 가는길에 설치된 우레탄 리벳형 점자블록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있다. ⓒ박종태

서울 광화문광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 녹색인증팀으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1등급 예비인증에 이어, 지난해 12월 16일 무장애 공간으로 본인증 1등급을 받았다.

본인증은 실시계획에 의한 서류만으로 인증을 하는 예비인증과는 달리 서류심사, 인증심의 위원의 현장을 방문해 통한 검증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및 지체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는 장애인 편의시설 법규 위반 등 문제가 있는 곳에 1등급을 준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장애인들 또한 “문제투성이”로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8일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장애경(42·여·뇌병변장애1급) 씨가 지하철 역사와 연결된 중앙광장의 계단을 인지하지 못해 휠체어와 함께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져 관자놀이가 5cm 정도 찢어지고, 손가락이 다치는 상처를 입었다.

그렇지만 현재 광화문광장은 가드레일 설치 등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장애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지하 해치마당 점자블록도 ‘장애인·노약자·임산부 편의증진 보장의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에 위반 되는 우레탄 리벳형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다.

편의증진법 시행규칙 제2조 1항 관련 별표1(참조 16가)에는 ①시각장애인의 보행편의를 위하여 점자블록은 아래의 그림과 같은 감지용 점형블록과 유도용 선형블록을 사용하여야 한다. ②점자블록의 크기는 0.3미m×0.3미m인 것을 표준형으로 하며, 그 높이는 바닥재의 높이와 동일하게 하여야 한다 ③점형블록은 블록 당 36개의 돌출점을 가진 것을 표준형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편의증진법에 맞는 장애인편의시설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광화문광장을 만든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 담당자는 “여건에 맞게 설치했다”면서 “편의증진법에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광화문광장의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 입구에는 우레탄 리벳형 점자블록이 있어 휠체어 및 목발 이용 장애인들의 이동 불편을 초래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점자블록을 옮겨 설치해야할 상황이었다.

남녀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센서가 작동하도록 변기뚜껑에 구멍만 뚫어 놓고, 등받이가 설치돼 있지 않아 중증장애인의 이용이 불편했다. 여자화장실은 좁아 세면대 손잡이가 없어 넘어질 우려가 있었고, 남자화장실의 소변기는 높아 휠체어장애인들이 사용하기가 크게 불편하다.

광화문광장 엘리베이터 입구 경사로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장애인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었으며,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해치 마당을 올라가는 입구에도 우레탄 리벳형 점자블록이 여기저기 떨어져 설치돼 있었다.

해치마당 공연장에는 경사로가 없었다. 해치마당 입구 벽면에는 점차촉지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점자블록과 연결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찾을 수가 없었고, 먼지만 가득 쌓여 있었다. 이순신장군 동상 뒤쪽 계단이 있는 곳에 설치된 점자촉지도도 점자블록과 연결돼 있지 않았다.

에이블뉴스는 지난해 8월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 담당자하고 동행취재를 하면서 점자블록 및 장애인화장실의 편의증진법 위반사항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다시 찾은 광화문광장은 개선의 흔적을 엿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1등급을 남발하지 말고 3등급, 2등급을 준 상태로 개선 사항을 보아 가면서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사로 입구에 우레탄 리벳형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이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박종태

남여장애인화장실 입구에도 우레탄 리벳형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휠체어장애인들의 이용 불편만 초래할 뿐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박종태

여자화장실 용변기 뚜껑에는 센서 작동을 위해 구멍이 뚫려 있다. 하지만 용변기 뒤 등받이가 없어 중증장애인의 이용이 힘들다. ⓒ박종태

남자화장실 소변기가 높게 설치돼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사용이 불편하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소변기를 설치해야 한다. ⓒ박종태

해치마당 공연장에는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이동이 힘들다. ⓒ박종태

전동휠체어 추락사고가 났던 계단에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은 언제나 불안하다. ⓒ박종태

점차촉지도가 설치돼 있었지만 점자블록과 연결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찾을 수가 없었고, 먼지만 가득 쌓여 있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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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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