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심사로 뇌병변 2급에서 6급으로 하락한 ㅇㅇ씨의 모습. 그는 "정부가 장애를 더 악화시킨다"고 비난했다. ⓒ에이블뉴스

“조금만 더 젊었다면 이민 가서 살고 싶습니다. 이민 가서 플랜카드에 ‘대한민국은 이런 (장애인인) 나를 6급이란 등급을 매겨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한다’고 써 붙인 채 대한민국의 복지 현실을 세계에 고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김중현(남, 59세, 가명)씨는 대한민국이 싫다고 했다. ‘장애인이 살아갈 수 없는’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했다. 억울한 마음에 화가 치밀어 올라 머리가 아파 견딜 수 없다고도 했다. 이토록 그를 힘들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장애등급심사로 재활의지는 한 순간 무너졌다

그는 2008년 7월 갑자기 쓰러져 우측편마비 증세가 나타나 뇌병변 2급 판정을 받았다. 신체 오른쪽 부위가 전부 마비돼 보행 등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가족에게 해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지역 장애인복지관에서 하루 2∼3시간의 힘겨운 재활운동을 시작했다. 꾸준한 노력 끝에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는 게 가능해졌다. 힘이 없는 다리를 질질 끌어야하는 상태였어도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은 더 없이 소중했다.

이런 그에게 더 이상 재활운동을 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왔다. 장애등급심사 결과 2급이던 장애등급이 6급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이용했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장애인연금을 신청하라’는 보건복지부의 홍보물을 통해 ‘아무 설명조차 없었던’ 등급재심사를 받았다. 돌아온 것은 장애인연금은 커녕 ‘6급’이라는 판정문 뿐이었다.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건 콜택시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역에 거주하는 1, 2급 장애인을 대상으로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의 집과 복지관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혼자선 걸음도 느리고,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아 직접 그 사이를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였다. 그런 그에게 장애인콜택시는 재활운동을 가능하게 해준 유일한 이동수단이자, 버팀목이었다.

그는 “난 오래 걸을 수도 없고, 버스 계단에 오를 수도 없다. 등급하락으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더 이상 재활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의신청 결과에 따른 장애등급 결정서의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 더 악화시키는 정부

그는 등급하락에 불복,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의신청 결정문에는 ‘수정바델지수 결과가 100점 만점에 94점인 것을 고려할 때 보행과 대부분의 일상생활동작을 자신이 완벽하게 수행하나 간혹 수행시간이 느리거나 양상이 비정상적인 때가 있는 상태로 인정돼 6급에 해당된다’고 적혀있었다.

그는 “얼마든지 결과가 변경될 수 있는 수정바델지수로 뇌병변장애 등급을 매기는 것은 잘못됐다”며 “당사자의 상태가 어떤지, 필요한지 보고 묻지도 않고 이렇게 한번에 장애인의 목숨 줄을 끊어버릴 순 없다”고 토로했다.

‘등급 하락 통보를 받은 뒤부턴 억울해서 잠을 잘 수도, 재활운동을 할 의지도 없다’는 그는 심신이 쇠약해지면서 기존 갖고 있던 당뇨, 간염, 고혈압 등의 질환도 악화됐다.

그는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면서도 나라가 장애인에게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생각하면 억울해서 견딜 수 없다”며 “결국 정부는 장애인에게 두 번 상처를 주고, 장애를 더 악화시킨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10월 중으로 2급으로 된 장애인복지카드를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3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함에도 반환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재활의 끈을 이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수정바델지수는 보행상기능장애를 평가하는 것으로, 개인위생, 목욕, 식사, 용변, 계단오르내리기, 착·탈의, 대변조절, 소변조절, 이동, 보행, 휠체어이동 등 총 11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즉, 일상생활동작의 수행능력을 기초로 전체 장애기능 정도를 판정하는 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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