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장애인이 대회의실 계단 휠체어리프트를 보고 있다. ⓒ박종태

부산지역 장애인들이 국회의 곳곳을 둘러보며 불편한 장애인편의시설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국회 정의화 의원실은 지난 28일 오후 3시 국회 본관 내빈식당에서 ‘국회 교통약자 보행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특히 세미나에 앞서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조창용 회장, 부산장애인편의시설설치시민촉진단 김명근 단장 등 시각·지체장애인 18명이 정의화 국회부의장과 함께 국회 곳곳을 돌아보며 편의시설 상태를 점검했다.

점검 현장을 동행 취재한 결과 화장실 입구에 시각장애인들 위해 남여구분을 알리는 점자촉지판이 없었다.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계단은 사고 위험성이 높은 고정형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돼 있었고, 복도에는 전기선이 가로로 놓아져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이 다니기 불편했다.

의원회관 앞 휠체어 경사로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고,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계단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한 경사로 입구 손잡이 부분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촉지판이 없었다.

국회의사당 외부에는 규격외 제품인 소형고압 점자블록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고, 횡단보도에는 턱이 있어 전동휠체어 및 수동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이 힘들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한 여성장애인은 “국회의사당 인도길이 안 좋아 다니기 불편하고 허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국회도서관의 경사로는 경사가 높았으며, 계단 앞 배수로 덮개는 휠체어바퀴가 빠질 정도로 위험하게 설치돼 있었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해서 컴퓨터 및 장애인 창구가 만들어져 있었지만 장애인들을 안내 하는 표지판이 없었다.

국회도서관의 장애인화장실은 1층은 남성, 2층은 여성이 각각 사용하도록 돼 있어 불편했다. 여기에 전동휠체어, 스쿠터가 출입문이 좁아 출입하기 어려웠다. 변기는 낮아 휠체어장애인이 사용하기 불편하고, 비상호출 벨도 없으며 출입문은 여닫이문으로 손이불편한 중증장애인은 문 잠금 장치를 사용하기 힘들었다.

한편 현장 체험 뒤에는 열린 세미나에서는 국회 및 국회주변의 편의시설 체험에 관한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됐다.

김명근 단장은 세미나에서의 현장체험 소감 발표를 통해 “국회의 장애인편의시설이 형편없어 깜짝 놀랐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애인편의시설 개선에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요청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정하균 국회의원은 “국회 및 국회 본회의장 대정부 질문을 할 때 휠체어를 돌리지 못해 불편했다”면서 “장애인 입장에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인사말에서 “일반인은 인식도 못하는 사소한 문제가 교통약자들에는 넘을 수 없는 장애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으며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이 교통약자에게는 거대한 산과같이 느껴질 수 있다”면서 “교통약자들에 대한 배려는 그분들 눈높이에 맞춰 세심하게 이루어 져야 하며, 과감한 결단과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또한 “국회는 모든 국민들이 어디든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우선 국회와 국회 주변만이라도 교통약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 부의장은 “국회가 30∼40년 앞을 내다보고 정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델을 삼을 수 있는 최고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 세계적 수준의 편의시설이 전국 곳곳에 생겨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회관 복도바닥에 설치된 전선으로 인해 휠체어가 넘어가기 힘들다고 수동휠체어 장애인이 설명을 하고 있다. ⓒ박종태

화장실 입구에 남여 구분을 알려주는 촉지도가 설치가 돼 있지 않아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시각장애인. ⓒ박종태

부산장애인편의시설설치시민촉진단 김명근 단장이 규격 외 점자불록설치 및 횡단보도 턱이 있는 것을 지적하며, 경사로 설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태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설치된 간판을 만지며, ‘시각장애인이 걸려서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종태

횡단보도에는 턱이 있어 휠체어가 걸려 올라가기 힘들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직접 휠체어를 밀면서 체험을 하고 있다. ⓒ박종태

시각장애인이 정의화 국회부의장과 함께 국회도서관 입구 경사로 손잡이에 설치된 핸드레일 촉지도 점자글씨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태

국회도서관 입구 가파른 경사로를 휠체어 장애인이 힘들게 올라 가고 있다. ⓒ박종태

국회 본회의장 내빈식당에서 개최된 '국회 교통약자 보행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 모습. ⓒ박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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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해보는 휠체어 장애인. 화장실이 좁고 비상호출 벨도 없으며, 용변기도 낮고 출입문도 여닫이로 문 잠금장치 사용이 어렵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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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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