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쿠터 이용자는 2010년에 새로 도입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박종태

[현장검증]장애인이 불편한 장애인콜택시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이동 지원을 하기 위해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한 장애인콜택시. 장애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장애인콜택시에 정작 장애인들이 탑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이 올해 새로 구입한 장애인콜택시의 리프트의 구조적 문제점이 발견된 것. 일단 리프트가 너무 작아서 규모가 큰 일부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 이용자는 탑승이 어렵고, 리프트 바닥 가운데가 돌출 방식이어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 부속물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콜택시 구입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장애인 3명 중의 한 명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심사를 할 때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나도 그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다 고장이 나서 이용하지 못한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에이블뉴스는 과연 문제가 얼마큼 심각한 것인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활동하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소속 장애인당사자들과 함께 용산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사무실 앞과 관악구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앞에서 직접 시승을 해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앞에서 앞바퀴가 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 이성대 씨가 탑승을 해보았다. 일단 탑승은 가능했는데,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360도 회전하는 방식으로 리프트 바닥의 돌출 구조물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하차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돌출 구조물이 장애인들에게 불편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1급 중증장애인 이문영 씨는 장애인콜택시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승하차를 해야만 했다.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앞에서 1급 중증장애인 최종식 씨는 대형스쿠터를 타고 장애인콜택시 탑승을 시도했는데, 장애인콜택시의 리프트가 작아서 탑승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최 씨는 “큰 스쿠터의 앞바퀴가 커서 지하철 승강장에서 빠질 염려가 없고, 조그마한 턱은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장애인콜택시 기사는 큰 스쿠터가 잘못됐다고 지적을 하더라”고 말했다.

이날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 입구에 충전을 위해 세워진 여러 대의 휠체어의 모형을 살펴보니 바닥에 조그마한 배터리가 있는 기종도 있었다. 그 휠체어를 이용해 탑승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장애인콜택시의 리프트 바닥에 돌출 구조물이 있어서 십중팔구 마찰이 발생할 것이 분명해보였다.

이날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한 차량기사는 “처음에 고장이 잦았지만 지금은 다 고쳤다”고 말했다.

서울시시설관리공단 장애인이동지원처 관계자는 “장애인 교통이동수단 차량에 대한 법규가 없다. 장애인들 50여명이 시승을 하고 장애인 시의원, 장애인단체장, 대학교수 등이 심사를 해서 차량을 구입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장애인콜택시 제작 회사에 차량을 고치도록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시승식을 할 때부터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제작회사 직원들이 애를 먹은 동영상을 에이블뉴스에서 입수했다”며 “처음부터 문제 있는 제품을 구입한 것이 아니냐”고 전하자, “왜 장애인들 얘기만 듣느냐.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를 폭행해 장애인콜택시 탑승금지를 시켰다”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이날 직접 장애인콜택시 탑승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서울시 장애인콜택시가 처음에는 탑승하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왜 점점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불편하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콜택시의 리프트가 작아 큰 스쿠터 이용자 최종식 씨가 탑승을 못하고 있다. ⓒ박종태

전동횔체어 앞바퀴가 360도 돌아가기 때문에 하차를 할때 돌출구조물에 부딪혀서 힘들다. ⓒ박종태

앞바퀴가 하나 있는 방식의 전동스쿠터 이용자는 장애인콜택시 리프트 바닥의 돌출 구조물이 탑승에 방해가 된다. ⓒ박종태

기존 장애인콜택시는 장애인들이 휠체어 크기와 관계없이 불편없이 이용할 수가 있다. ⓒ박종태

전동휠체어 바퀴가 360도 회전하는 방식으로 리프트 바닥의 돌출구조물과 마찰을 일으켜 하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 ⓒ박종태

전동스쿠터 아래쪽에 배터리 구조물이 있어 장애인콜택시 리프트 바닥 돌출 구조물과 충돌이 우려된다. ⓒ박종태

중증장애인 이문영씨가 장애인콜택시에 탑승을 하는데, 머리가 천장에 부딪힐 듯 말듯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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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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