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인의 결혼식. 기사내용과는 무관함. ⓒ박준규

‘결혼에 대한 장애인들의 인식은 연령별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예전에 비해 장애인과의 결혼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한결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일부 장애인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자신보다는 장애가 경한 사람을 결혼상대자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보다는 장애가 덜해야지!

20~30대 미혼 장애인 20여명을 직접 만나 결혼상대자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은 보기 중에서 선택하라고 요청했더니 흥미로운 답변들이 돌아왔다.

1. 나보다 중증장애인과 결혼하고 싶다.

2. 나보다 경증장애인과 결혼하고 싶다.

3. 나와 같은 장애인과 결혼하고 싶다.

4. 비장애인과 결혼하고 싶다.

결과는 연령별로 차이는 났지만, 과반수 의견이 “나보다는 장애가 덜해야지”라는 이유로 자신보다 경증장애인을 결혼대상자로 선택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 경증장애인 선호 경향이 컸다. 20대 초반인 경우에는 비장애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고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응답자들은 자신과 같은 정도의 장애를 가진 사람을 택했고, 20대 후반에서 소수의 응답자가 자신보다 중증장애인과 결혼할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을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2번을 선택한 한 장애인에게 그 이유를 직접 물었다. 경기도 마석에 사는 조모(여·35·지체장애) 씨는 “내가 지금껏 장애인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내 결혼상대자는 나보다 장애가 덜 해야 났지 않나 생각한다. 중증장애인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 결혼은 현실이기에 두 사람 모두 중증장애인이라면 일반적인 결혼생활은 물론 남들이 볼 때도 안쓰럽게 보일 것 같아 나는 나보다 경증 장애인을 결혼상대자로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같은 선택을 한 다른 응답자들도 조 씨와 비슷한 이유로 자신들보다 경증인 장애인을 결혼상대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선택은 받은 4번 답변. 나이가 젊은 20대 여성장애인과 30대 초반의 여성장애인들이 다수 선택한 답변이다. 춘천에 사는 정모(여·23·뇌병변장애) 양은 “나는 장애인과 죽어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눈도 따가울 것이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내 결혼상대자로는 장애인을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단호히 답했다. 30대 초반이었던 한 여성장애인도 비슷한 이유로 같은 것을 선택했다.

이와는 반대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응답자들은 “자신의 장애와 비슷한 장애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마석 사는 한모(남·39·지체장애) 씨는 “적어도 나와 같은 장애를 가졌다면 서로 의지하며 살고 싶다. 지금껏 살면서 내 장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했으므로 내 결혼상대자의 장애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서로 의지하며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인터뷰 중 뜻밖에 20대 후반 연령대 응답자에서 자신보다 중증장애인과 결혼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지체 5급 장애를 갖고 있는 김모(남·28·지체장애) 씨는 “나보다 조금 더 불편한 몸을 가진 상대라도 서로 마음만 맞으면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경증장애인이라서 그런지 내가 조금 더 상대를 보살피며 살면 되기에 나는 나보다 더 불편한 장애인이라도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장애인들 간의 결혼인식, 연령별 차이 무시 못해

취재후기=이번 취재를 하면서 장애인들 간의 결혼인식, 연령별 차이 무시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즉, 나이 젊을수록 비장애인 또는 최소한 자신보다 경증장애를 가진 사람을 결혼상대자로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이가 들수록 자신과 동일한 장애정도를 가진 사람과도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요약이 된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뇌병변장애와 같은 중증장애인, 여성장애인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물론 위 내용만으로 모든 장애인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동일하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연령대 별로 인식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한번 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본다.

*박준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가평자치신문사 프리랜서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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