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문을 여는 광화문광장. 현재 한창 마무리공사가 진행 중이다. ⓒ박종태

광화문광장을 시각장애인에게 안내하는 촉지도는 부식형으로 설치됐는데 반구형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박종태

서울시는 8월 1일 광화문광장 및 지하 해치마당(세종문화회관 앞) 개장을 앞두고 무더위 속에서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27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곳을 무장애(Barrier Free) 공간으로 조성하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인증제 1등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이곳의 장애인 접근성을 어느 정도 수준인지, 에이블뉴스가 현장을 찾았다.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교보문고 앞 횡단보도에 검은색 점자블록이 설치됐다는 것이었다. 검은색 점자블록은 저시력장애인들에게 웅덩이로 보여 보행을 방해하고,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을 설명해주는 시각장애인 촉지도는 점자가 시각장애인들이 기피하는 부식형으로 설치됐다. 부드러운 반구형으로 점자를 새겨야했는데, 부식형은 손이 아파서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현장소장과 담당자는 “글씨가 잘못 돼서 교체할 예정이었는데, 지적을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너무 좁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은 전체적으로 좁고, 소변기도 너무 높게 설치됐다. ⓒ박종태

소변기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형태가 장애인들에게 편한데, 그러한 소변기는 없었다. ⓒ박종태

지하1층 해치마당에 있는 장애인화장실은 이미 장애인단체들로부터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좁다는 지적은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실제 현장을 점검해보니 들어가는 입구도 좁았고, 내부도 좁았다.

이에 대해 시공사측은 좁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세면대를 철거해 공간을 확보하고, 비장애인 화장실 세면대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장애인들이 세면대를 사용하기 위해 장소를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또 다른 불편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남자 장애인화장실에는 벽 중간에 떠 있는 소변기가 설치됐는데, 너무 높아서 휠체어장애인이나 저신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힘들 정도였다. 일반 남자화장실에 설치된 소변기도 바닥까지 내려오는 형태가 아니어서 큰 불편이 우려된다. 소변기에는 칸막이는 있지만, 법에서 정한 손잡이는 설치되지 않았다.

해치마당 경사로 입구에는 점자블록이 잘못 설치됐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핸드레일에 점자 안내를 하는 것이 좋다. ⓒ박종태

에스컬레이터 입구 점자블록은 내려가는 쪽과 올라오는 쪽을 구분해 설치해야 시각장애인에게 안전하다. ⓒ박종태

지하 해치마당으로 들어가는 경사로가 약 70m 펼쳐져 있었는데, 법정 기준을 준수했다고 하지만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데는 경사로가 길기 때문에 힘에 부칠 것으로 보였다.

지하1층 해치마당에는 지하2층 5호선 광화문역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설치가 되어 있지만, 해치마당에서 광화문광장(지상)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없어 무조건 경사로를 이용해야하는 실정이었다.

해치마당 지하 1층 경사로 입구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됐는데, 점자블록을 뜯어내고 핸드레일에 점자안내를 하게 되면 휠체어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인근 계단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었다.

지하 1층에서 지하 2층으로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시작되는 부분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됐는데, 내려가는 쪽과 올라오는 쪽 모두를 연결하는 형태로 설치돼서 중간에 있는 기둥에 시각장애인이 부딪칠 우려가 있었다.

해치마당 지하 1층까지 내려오는 통로 옆에는 커다란 전광판 TV가 설치하고, 건너편에는 계단이 설치했는데 계단에 앉아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쪽 계단에는 점자 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고, 난간도 없어서 추락의 위험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광장 쪽으로 건너오는 횡단보도는 턱이 높아서 휠체어장애인들에겐 큰 장벽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방향 횡단보도에는 턱이 있다. ⓒ박종태

해치마당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좌측에 있는 계단에 난간이 없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박종태

계단에는 난간이나 안전펜스, 점자블록 등의 안전조치가 전혀 없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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