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손 잡은 한승수 국무총리. 총리 오른쪽은 한센인 출산 임두성 국회의원. ⓒ노컷뉴스

"총리님 간호사 좀 보내주세요."

16일 가랑비 속에 전남 고흥군 국립 소록도병원을 찾은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어느 한센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하소연했다.

한 총리는 병상에 있던 한센인의 손을 꼭 붙잡고 "병실마다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하니 (서울로) 올라가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60년대부터 50년간 병상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 한센인은 한 총리가 병실을 떠나려하자 "우리 좀 살려 주세요"라며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소록도병원에 입원한 환자 대부분이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등 몸을 가눌 수 없는데도 보호할 간호사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소록도병원에서 총리와 한센인의 만남은 사상 처음이다.

한 총리가 역대 총리로는 최초로 '소록도병원 개원 93주년 및 제6회 전국 한센 가족의 날'을 맞아 직접 소록도를 방문한 것이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말을 경청하는 한센인과 가족들. ⓒ노컷뉴스

한 총리가 한센인 환자 위로 방문에 앞서 가진 기념식을 통해 "총리는 이곳에 진작 왔어야 했지만 이제 오게 됐다"며 "늦게 찾아 뵈 대단히 죄송하다"고 예를 갖추자 천 여 명의 한센인과 가족은 '박수'로 '용서'했다.

한 총리는 이어 "이번 총리의 소록도 방문이 한센인 여러분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이명박 정부가 한센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복지 서비스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총리의 말을 들은 한센인 황호석(83) 옹은 "그동안 우리들은 국민에게 많은 천대를 받고 여기 있다"며 "그런데 총리께서 말씀하시니 우리들에게 잘 해 줄 것을 믿는다"고 엷은 미소를 띠었다.

한센인 출신으로 이번 한 총리 방문에 함께 한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은 "한 총리가 지난 4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사과 표명을 했다"며 "정부의 의지가 지금까지 질병관리 차원에서 사회복지 차원으로 전환시켜 지원하겠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있다"고 전했다.

평화롭고 고즈넉하던 남도의 끝자락 소록도병원은 이날 하룻동안 경향 각지에서 몰려 든 인파로 모처럼 생동감 있는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전남CBS 고영호·오지예 기자 newsman@cbs.co.kr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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