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낮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잦은 고장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박종태

4월 20일은 제29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를 위한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은 1997년 4월달에 제정돼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정부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하여 관련 법규를 강화하거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Barrier Free)를 새로 도입해 장애인편의시설의 발전과 확대 그리고 안정적 발전 정착에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국민들의 혈세인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장애인 편의시설 확대 정책은 비장애인들에게는 관심을 높이고, 많이 설치되어 세상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들을 수는 있겠으나, 장애인들의 이동권 향상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였고 피부에 절실히 와 닿지 못하고 장애인들에게 오히려 외면을 받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책의 목적인 이동권 향상에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국의 여러 지하보도, 철도, 지하도, 전철역사와 공공시설물에는 썩은 동아줄이라며, 장애인들이 기피하는 시설 1호인 경사형리프트가 많이 설치해 있는데, 이를 전동휠체어, 스쿠터가 탑승 가능한 개량형 경사형리프트로 전환해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수직형 엘리베이터의 설치가 건축구조상 또는 기타의 여러 이유로 곤란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미 마구 잡이로 설치되어 있는 개량형 경사형리프트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혐오시설이다. 세계 OECD 국가 어디에서도 우리처럼 이런 방식의 경사형리프트를 공공시설물에 설치하지 않고 있다.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어떻게 이동을 하라고 하는지 정부에 강력히 묻고 싶다. 이제라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계획 과정에서 예산 배정시 설계기술력과 시공능력, 제품의 성능 등을 최대한 고려해 발주청과 감독관의 책임하에 장애인편의시설이 여러 장애를 고려한 다목적 편의시설로 설치되고 문제 있는 시설은 과감히 철거해 더 이상의 안전사고가 다시 발생되지 않도록 장애인 생명보호에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육교, 지하철, 전철, 국철 등에 설치된 MRL방식의 엘리베이터는 중소기업육성지원정책에 의해 설치됐으나 업체 간 나눠먹기식의 과도한 경쟁과 설치로 변질돼 성능개발은 소홀하게 되고 제품에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으며 일부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나도 며칠씩 방치가 되어 장애인들 이동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역효과로 2년 전에 관련법규를 제정해 설치된 제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지금도 업체간 기술력 저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가격 낮추기 등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육교, 지하철, 전철 등에 설치되는 보통의 수직형 엘리베이터는 발주처에서 토목이나 건설업체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맡기게 되는데, 공사 수주를 맡은 일부 업체는 회사의 이익만을 생각해 싼 가격의 제품만을 선호하고 제품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엘리베이터 제작사를 지명하는데 이런 폐단은 고장이 많고 사후관리가 되지 않으며, 싸구려의 저성능 제품의 생산만 부추기는 문제점을 만들고 있다.

전국의 횡단보도에는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도로횡단을 위해서 설치된 음향신호기가 있지만 지난 10년간 고장률, 망실률, 오작동률 등이 너무 높아 과연 전파연구소의 인증제품 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음향신호기의 고장률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13%라고 했지만 한 교통시민단체는 서울시 조사보다 고장이나 망실률이 높다고 하고 있으며 설치하는데 급급했지 유지보수와 A/S는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전하였다.

음향신호기는 잦은 고장, 망실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박종태

지하철, 전철, 관공서 등에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서 설치된 일부 음성유도기는 동시에 여러 대가 동시에 방송되거나, 가까이 가서 리모컨을 눌러야 작동을 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음성유도기와 음향신호기도 제품에 대해 잘 모르는 전기통신업체에 모두 맡겨 구매하고 설치하도록 해 저가의 제품만 선호하고 설치를 하고 있다. 실제로 음성유도기의 경우 물가고시에 60만원으로 책정이 돼 있지만 20만원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현장 공사업체에 팔려 설치가 되고 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A/S는 기대도 할 수가 없고 현장 공사업체의 배만 부르게 하는 물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편의시설의 설치방법이 허술하고 공사감독과 감리의 책임이 따르지 않으며 발주청의 감독관의 책임이 없으니 저가제품에 의해 우수한 제품이 모두 도태되고 있다. 정부에서 설치하라고 하니 설치를 한다고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제대로 사용을 안 한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제품인 엘리베이터, 음향신호기, 음성유도기 등은 국가기관에서 직접 구매하고 무조건 저가 제품이 아니라 품질에 따른 적격 업체가 심사를 받아 납품을 하고 설치하도록 하며, 책임제를 도입해 철저한 관리 감독과 유지관리를 시키며, 고장율이 많은 업체는 퇴출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들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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