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이 복지위 의원들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에이블뉴스>

국회가 장애인 등의 차별 금지와 관련한 법률 제정을 놓고 본격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안에 대한 안건으로 상정하고, 대체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장차법이 국회에 발의된 지 약 7개월만의 심의였다.

이날 오전 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위해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노회찬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은 37명의 여야 의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들의 간절한 소망이 달린 법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린다”며 독립적인 장차법 제정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법안 취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을 하지만 차별시정 기구와 관련 법률을 국가인권위로 통일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문제다. 여성부가 차별관련 업무를 인권위로 이관하고 관련법을 폐지하는 시점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 의원의 의견을 물었다.

노 의원은 “이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 생각한다. 포괄적인 차별시정법률도 기본 법률로 필요할 수 있으나 그것만 가지고서는 이런 주요한 개별 차별행위에 대한 시정효과가 대단히 미미하기 때문에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법률적으로 본다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과 내용상에 상충되는 부분은 조정될 수 있으되 이 두 법안 중에 한 법안만이 입법화되어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의원들 모습. <에이블뉴스>

이날 오후 열린 대체토론에서는 장애인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설전이 오고갔다.

먼저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우리나라가 장애 관련한 법률이 선진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실질적인 강제수단을 가진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애인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차별금지법과는 별개로 독립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장애인차별시정기구를 설치할 의향은 없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유시민 장관은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문제는 실제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권위가 준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좀더 판단해 봐야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내용을 담아가야할지 구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인권위에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기본법으로 제정되는 것에 대해 우리사회의 인권 수준에서 환영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기본법 성격을 가질 것인지, 통합적 성격을 가질 것인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은 개별법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추진하는 방향대로 가는 것보다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이 왜 개별법을 원하느냐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대변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시민 장관은 “국가인권위의 차별금지법이 수준에 따라서는 통합법이 될 수도 기본법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장애인차별과 관련해서 지나치게 포괄범위가 넓거나 문제 해결수단이 제한돼 있는 경우라면 별도의 개별법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입법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다양한 수준의 입법의 장이 열려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죽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지금 차별금지법으로 많은 부분을 담고 가고자 하는 정부입장이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기본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위 차원에서 별도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의 타당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 의원은 이석현 위원장에게 “별도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해 보건복지상임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4월 임시국회에서는 다음달에 있을 지자체 선거로 인해 상임위 공청회를 포함해 상임위 일정을 많이 잡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차별금지법안이 곧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심사소위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만 논의하기 보다는 차별금지법안이 제출되면 그때 함께 비교·검토하는 것이 상호간 모순도 없을 것이고 중복도 없을 것이라 본다. 공청회 문제도 차별금지법안이 제출되는 상황을 봐서 여야 간사 회의를 통해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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