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낙태발언 문제로 장애인 단체와 정치인들이 분노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서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놓고 의견을 나눠봤으면 한다.

본문을 쓰기에 앞서 나에 대해 밝히자면 36년 전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뇌병변장애를 입은 장애인이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물론이요, 정치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지 장애아 낙태발언에 대해 문제가 된 소지가 무엇이며 이를 문제 삼아 투쟁 아닌 투쟁을 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이다.

이번 낙태발언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 전 서울시장의 낙태발언은 의외로 짧았다.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에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답한 것인데 수많은 장애인 단체와 정치인들이 인권문제로, 정치적으로 확산시켜 소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장애인 입장으로서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위 발언에서 틀린 것이 무엇인가? 나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문제를 지적하자면 발언 내용 중 ‘불구로 태어난다든지’에서 ‘불구’란 단어 밖에 없다. 불구의 바른 표현은 장애인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

낙태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불법행위이며 살인죄에 가까운 무서운 행위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법을 강화하고 단속을 한다고 해도 하루에도 수많은 낙태 행위가 행하여진다는 데 있다.

이런 와중에 이 전 시장은 낙태를 금하자는 뜻을 밝히는 과정에서 낙태에 대한 용납이 되는 경우를 들면서 운 없게도 장애아일 경우 용납을 할 수 있다고 해 이번 문제가 커진 것인데 이것은 현 모자보건법 14조를 보면 명확히 규정된 내용이라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없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의사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②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행할 수 있다.

③제1항의 경우에 본인 또는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없는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에 갈음할 수 있다. 」

그럼 여기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보자. 만일 지금 당신의 2세가 출산 전인데 검사결과 장애아로 판정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선뜻 낳아서 잘 키워보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특히 나와 같은 장애인들은 내 2세가 지금 뱃속에 있는데 나 같은 장애인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낳아서 자신 있게 키울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물론 장애유무를 모르고 출산한 뒤 장애가 있다면야 어쩔 수 없이 키우겠지만 태어나기 전 그 사실을 알면 그 아이가 평생 받을 타인의 시선과 고통들을 생각하면 선뜻 낳아 키울 자신이 없는 게 지금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이런 마음은 이 글을 읽는 미혼자들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지 않을 까 생각한다.

이것이 장애인 눈으로 본 현실이다. 아무리 생명의 존엄성을 중요시 하자 소리친다 해도 내 자식이 장애아로 태어난다는데 웃으며 그 아이의 출산을 축하해줄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지인들이 나를 보면 ‘넌 장애인도 아냐! 네가 심한 장애인들을 몰라서 그래’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나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게 따가울 정도의 시선을 주며 취재라도 나가서 인사를 하면 장애인 잡상인 취급 받기 일쑤다. 어눌한 말과 경직된 팔다리 놀림은 타인들에겐 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봐주는 장애인에 불과하지 인격적으로 대우 받으려면 그들과의 상당한 친분 도모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나보다 좀 더 불편한 장애인들이 받는 시선은 어떻겠는가? 그런 걸 알면서 장애아를 낳아서 키워 보겠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지 이번 장애아 낙태발언에 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이번 발언에서 우리가 염두해야 하는 것은 무절제로 이루어지는 낙태를 반대하자는데 있다. 그 와중에 예외적으로 낙태용납을 하는 경우들도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야지 무조건 ‘장애아는 낙태시켜도 된다’라고 해석하며 끝내 정치적으로까지 확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다행히 이 전 시장이 공개사과까지 한 시점에서 괜한 에너지소비를 더 할 필요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낙태를 하겠다는 마음가짐부터 개인스스로가 버려야 할 것이며 장애인들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힘써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을 읽고 아마도 나에게 많은 비판의 소리가 쏟아질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으나 그 소리에 귀만 기울이고 답변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30년 훌쩍 넘게 장애인으로 살면서 내가 받은 따가운 시선과 상처들을 토대로 쓴 글이기 때문에 내 글에 대해 변명 또는 반론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준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가평자치신문사 프리랜서 취재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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