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마인드포스트 옴부즈만센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와 함께 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영화 ‘범죄도시2’ 장면 중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영화제작사 등 4곳을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정신질환, 정신장애인, 또는 스트레스에 힘들어 정신병원에 들어갔던 사람을 묘사하는 방식이 매우 폭력적이고 비하적이고 불안하게 묘사했습니다.”(정신장애인 한 모 씨)

“요즘 흥행하는 이 영화로 인해서 정신장애인에 관한 인식이 더욱 부정적으로 굳혀질까 봐 불편한 마음입니다.”(정신장애인 임 모 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마인드포스트 옴부즈만센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와 함께 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영화 ‘범죄도시2’ 내용 중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정하는 장면이 포함됐다며, 영화제작사 등 4곳을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영화 범죄도시2 초반부 장면 스틸컷. 주인공 마석도가 병원복을 입은 채 인질극을 펼치는 사람을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고 표현하며, 제압하고 있다.ⓒ네이버 영화

이들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 초반부 장면을 문제 삼았다.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분)이 병원복을 입은 채 동네 슈퍼마켓에서 인질들을 가두고 칼부림하는 사람을 제압하며 상황이 정리되는 장면이다. 영화는 그를 향해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또라이’라며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고 표현했다.

영화를 관람한 당사자들은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을 탈출해 사람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범죄자’로 등장하는 것이 너무 당혹스러웠다면서, 뒤이어지는 영화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큰 좌절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다.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라는 대사는 정신장애인을 예측 불가능하고 과격하며 난폭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진정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전체 인구 범죄율이 3.93%에 달하는 것에 반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0.136%로 매우 낮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비율도 정신장애인이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보다 약 5배 정도 낮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마인드포스트 옴부즈만센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와 함께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영화 ‘범죄도시2’ 제작사 등 4곳을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영화 ‘범죄도시2’ 제작진을 비판하는 피켓을 든 당사자들 모습.ⓒ에이블뉴스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지만, 흥행에 성공한 사회적 영향력이 큰 표현물이므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사자들은 영화관을 나와서도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을 무서운 존재 또는 공포의 대상으로 여길까 두렵고 억울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마인드포스트 옴부즈만센터 강욱성 활동가는 "범죄도시2를 봤는데 충격받았다. 정신장애인을 퍼포먼스용으로 이용하고, 범죄인으로 낙인찍히는 모습을 보며, 심한 상처를 받았다“면서 ”언제까지 정신장애인을 범죄화시킬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중순 연구소와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7개 단체가 제작사 측에 성명서를 발송했지만, 제작사 측에서는 ‘그러한 의도가 아니었다. 이해 부탁한다’는 뿐, 사과나 조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들은 이번 인권위 진정을 통해 제작진의 사과 및 해당 장면 삭제를 재차 요구했다.

(왼)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권용구 투쟁조직위원장(오)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임봉준 변호사.ⓒ에이블뉴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권용구 투쟁조직위원장은 "범죄도시2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돼 인기가 급상승하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정신장애인을 왜곡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정신병원은 탈출할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원색적인 비난은 혐오 발언"이라면서 정신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도 범죄율이 적은데 범죄를 많이 일으키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 해당 장면은 큰 줄거리로 봤을 때 크게 상관없을 부분이지만, 사실로 비칠 수 있고 이러한 장면들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될 우려가 있다"면서 "제작진이 비하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비하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비하 발언"이라고 피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임봉준 변호사도 "피진정인은 범죄자를 정신장애인으로서 묘사함으로써 위험하고 공격적이며 신뢰하기 어렵고 범죄자일 것이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줬다. 정신장애인을 부정적인 소재로 사용하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을 봤다. 정신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주고 편견을 강화했다"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와 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 인권위는 우리가 요구한 대로 시정 권고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맞서 싸우고 있는 정신장애인에게 힘이 되어달라"고 강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마인드포스트 옴부즈만센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와 함께 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영화 ‘범죄도시2’ 제작사 등 4곳을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당사자 뒤로 ‘정신장애인을 비하한 영화 용서못한다’ 피켓이 보인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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