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가 최근 실시한 시·도협회 임원선거와 시·군·구지회 임원 및 지역대의원선거가 무효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한국농아인협회(이하 협회)는 농인, 청각장애인의 권익 및 복지와 관련된 제반 사업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협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의 이사회결의를 통해 통과시킨 개정 선거관리규정을 적용해 시·도협회 임원선거와 시·군·구지회 임원 및 지역대의원선거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 회원 6명은 지난해 12월 각 이사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한편, 해당 이사회결의를 통해 통과된 개정 선거관리규정을 적용한 전체선거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개정된 선거관리규정은 회원들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진행하는 데 있어 일부 이사들에 대한 소집통지를 제때 하지 않고 충분한 숙의와 토론 없이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는 것.

개정 선거관리규정의 주요 내용. ⓒ판결문

협회는 선거관리규정 개정을 통해 회장 입후보 요건을 협회 중앙회 및 시·도 협회의 임원으로서 활동한 경력을 종전 4년에서 8년으로 강화했고, 협회 임원 입후보 요건을 중앙회 및 시·도 협회, 시·군·구 지회의 임원으로서 활동한 경력을 종전 4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또한 ‘중앙회의 파벌을 조장하거나 그러한 목적의 단체를 조직한 자, 또는 그에 가입하거나 동조하는 자 및 중앙회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따르지 아니하는 자와 위계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는 중앙상벌위원회의 요청에 의해 중앙선관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소송에 대해 협회는 내부규정인 선거관리규정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한 각 이사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고, 원고들은 피고의 이사가 아니어서 이사회결의에 관해 다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5월 12일 판결을 통해 “이사회결의를 통해 개정된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원고들은 별도의 처분 없이 피선거권을 제한받게 되는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점을 비추어 볼 때 해당 이사회결의는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며 협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원고 중에는 회장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고 향후 회장 선거에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자가 있으나, 개정된 선거관리규정에 의하면 회장 입후보에 필요한 임원경력이 8년으로 상향돼 입후보가 불가해지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협회 이사회에서 이루어진 각 결의는 모두 무효다. 개정된 선거관리규정이 효력이 없게 됐으므로, 이를 적용한 선거 역시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해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인정되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원고들은 원고들 관련 지역구 선거에 대한 무효확인만이 확인의 이익이 있다”며 선거무효의 범위를 소를 제기한 원고들 관련 선거구로 한정했다.

원고 대리인 법무법인(유한)클라스 곽정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협회의 시·도협회와 시·군·구지회 임원선거 및 지역대의원선거가 무효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확인의 이익 관점에서 선거무효의 범위를 소를 제기한 원고들 관련 선거구로 한정했지만, 판결을 계기로 이해관계인이자 선거관리규정의 수범자인 협회의 모든 회원은 자신들 관련 선거구에서 실시된 선거에 대해서도 선거무효확인판결을 받을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분쟁의 해결방법은 다양하고, 판결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자정작용을 통해 스스로 위법을 바로잡아나가는 방법도 가능하다”면서 “이제라도 협회가 설립 취지에 따라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스스로 위법상태를 바로잡고 전국적으로 재선거를 실시하는 용단을 내려 회원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고 더 이상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협회는 이번 ‘이사회결의 무효 확인’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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