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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영화관람권 항소심, 환영·아쉬움 교차

'차별 인정' 일부 승소, ‘300석 이상, 3%’ 제한

“장차법 명확 판단 환영, 소비자로 인식해달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1-25 15:01:24
'장애인도 관객이다! 관람권리 보장하라', '화면해설 보장하라! 수어 자막 보장하라!' 종이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도 관객이다! 관람권리 보장하라', '화면해설 보장하라! 수어 자막 보장하라!' 종이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들.ⓒ에이블뉴스
시·청각장애인들이 극장 사업자를 상대로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영화관람을 하게해달라”면서 법정 다툼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2심 재판부 또한 “장애인 차별”을 인정하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1심과 달리 300석 이상의 상영관, 총 상영횟수 3%로 제한해 재판을 지켜본 장애계는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설범식)는 25일 시․청각장애인 4명이 극장 사업자(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원심 내용을 감축 및 변경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원하는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300석 이상의 좌석 수를 가진 상영관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의 좌석 수가 300석이 넘는 경우 1개 이상 상영관에서 토요일 및 일요일을 포함한 총 상영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횟수만큼 화면해설자막을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유형 중 직접차별은 적용하지 않고,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에 해당한다며, “장애인차별”임을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상영관당 2개 이상의 화면해설 수신기기를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스크린에 자막을 띄우거나, 상영관당 2개 이상의 자막 수신기기를 제공하는 방식 등 영화관이 개방형 또는 폐쇄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이 2016년 2월 1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CGV피카디리1958 영화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청각장애인의 차별 없는 영화 관람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이 2016년 2월 1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CGV피카디리1958 영화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청각장애인의 차별 없는 영화 관람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DB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시·청각장애인 소송

지난 2016년 2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4명은 극장 사업자(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매월 1회, 별도의 상영관에서 특정 영화를 지정해 운영하는 ‘영화관람데이’가 아닌,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1심 법원은 자막에 대한 시연 현장과정을 거쳐 2017년 12월, “원고들이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 중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자막화면해설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에 관해 화면해설자막, FM보청기기를 제공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원고들이 영화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해 자막 또는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영화의 상영시간 등 편의 내용을 제공하라고도 했다. 하지만 피고 측이 즉각 항소하며, 2심 재판까지 이어오게 된 것.

재판 과정에서 피고 측은 ‘현재 가치봄 영화와 같은 개방형 상영방식(대형 스크린에 자막이 뜨고, 대형 스피커에서 화면해설이 나오는 방식)이 상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장애 차별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2심 선고를 앞두고, 소송 연대 단체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가치봄 상영회'와 같이 행사 형식으로 제공될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관람하는 영화 환경을 장애인들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도록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 내려달라”고 법정에 탄원서 700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준 원심과는 달리, 300석 이상을 가진 상영관, 총 상영횟수의 ‘3%’라는 제한을 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25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25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장애계 환영·아쉬움 교차, “소비자로 인식해야”

2심 재판부의 ‘일부 승소’ 판결에 장애계는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있다고 명확하게 판단해준 것에는 환영하지만, ‘300석 이상’과 ‘총 상영횟수의 3%’ 라는 제한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

소송 대리인인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피고들이 법상 아예 의무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의무가 있고, 기기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판단해준 부분은 환영이다. 직영점과 달리 위탁점의 경우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던 피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당연했던 판결”이라면서 “영화관이 개방형과 폐쇄형 혼합하게 제공할 수 있게한 점도 참신한 형태의 주문으로 감사하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모든 상영관 좌석이 300석이 넘는 복합상영관의 경우 전부가 아닌 1개 상영관에만 부담토록 했다. 피고(영화관)가 마음대로 쪼갤 수 있는 부분이라서 아쉽다”면서 “총 상영횟수 3% 캡을 씌운 부분도 아쉽다. 폐쇄형의 경우 기기만 있으면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데, 굳이 비율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의 아쉬운 부분도 짚었다.

마지막으로 이 변호사는 “앞으로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명시된 300석 기준을 없애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라면서 “노력이 아닌 법적인 의무를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원고로 참여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승규 활동가는 “나는 내가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가 극장 상영관을 통해 상영될 때 그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의 소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는 당연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면서 “동정과 시혜에서부터 기인하는 이벤트성 상영회는 필요없다. 장애인을 똑같은 소비자로 인식하고 환경을 조성한다면 장애인들이 영화관을 찾는 횟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시청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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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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