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연맹(DPI)는 2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다문화가족 종합실태조사 및 정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 지적장애인 A(54세)와 8년 전 결혼한 이주여성 B(28세)는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결혼 초 B는 시부모로부터 ‘넌 내가 돈 주고 사 왔다’, ‘친정에 돈을 부치려면 시키는 일을 똑바로 해야 한다’ 등 노동 강요와 함께 인격 모독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처음에는 국적 획득 후 이혼할 생각이었으나, 아이들이 태어나며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그는 현재 시부모 농사 일손 및 본인의 친정에 송금하기 위해 마을 날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지적장애인인 남편 A는 시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분가를 원해도 노동력이 필요한 시부모는 분가를 시켜줄 마음도 없고, 자녀들도 언어나 전반적인 발달상황이 늦어 치료가 시급하다.

# 지체장애인 C는 3년 전 베트남 여성 D를 소개받아 결혼, 1년 후 자녀를 출산했다. 결혼 이후 친정에 30만원씩 매달 돈도 부쳐주고, 생계에 보탬이 되고 싶었던 D는 공장에 취직해 일했다.

그런데 야근을 핑계로 D는 같은 베트남 마을친구와 함께 밤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아지며, 부부싸움 끝에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까지 가게 됐다.

결국 D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쉼터 입소를 하게 되며 집을 나갔다. 혼자 남은 C는 2살 된 아이를 혼자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국제결혼을 통해 이뤄지는 장애인다문화가족이 경제적 어려움, 자녀 양육 및 교육, 시부모 간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국장애인연맹(DPI)는 2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다문화가족 종합실태조사 및 정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 장애인다문화가족이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공유했다.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 권익증진팀 김양욱 팀장.ⓒ에이블뉴스

■경제적 능력없이 결혼, 빈곤·자녀양육 악순환

여성가족부의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이면서 구성원 중 1인 이상이 장애인인 가족은 2015년 1만700가구에서 2018년 1만7767가구로 증가했다.

이들 장애인다문화가족은 다문화가족과 농촌지역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어려움 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자녀양육 및 교육의 어려움 ▲시부모의 간섭과 원가족에 대한 남편의 의존 ▲상대적으로 높은 이혼률 등을 겪고 있다.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 권익증진팀 김양욱 팀장은 “장애인다문화가족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다. 장애인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데도 혼인하다보니 빈곤이 지속되고,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이주여성은 결국 빈곤층에 유입되고 점점 악순환된다”면서 “친정으로의 송금 약속도 잘 지켜지지 않아, 부부간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녀의 경우 언어, 발달지체로 인해 언어치료실에도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언어치료를 받고 있으며, 학습장애 발생률이 높은 현실”이라면서 “시부모는 비용을 지불하고 데려온 며느리인만큼 소유물로 대하며, 인권유린, 정서,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 남편 조차도 아내를 인종차별하고 있다”고 장애인다문화가족의 어려움을 공유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은 장애인다문화가정 내 장애아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정 비장애아동보다 장애아동들은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특히 언어에서 어려움이 있다”면서 “학교 생활 적응하기 어렵고, 정서적, 우울감이 2배 이상 높다. ‘너네 엄마가 이주여성 아니냐’, ‘너도 장애 아니냐’는 차별 경험이 크다”고 문제를 제시했다.

충남대학교 사회복지학 김정은 박사.ⓒ에이블뉴스

■통계 없어 고립 계속, 정책 마련 ‘첫 발’

하지만 현재까지 장애인다문화가족에 대한 제대로된 통계 조차 마련되지 않아, 이들의 고립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한국DPI는 장애인다문화가족 종합실태조사 TF 자문단 구성을 구성, 장애인다문화가족 통계를 통해 실질적인 장애인다문화가족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연구를 맡은 충남대학교 사회복지학 김정은 박사는 “장애와 다문화 가족의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이중 삼중고의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매매혼에 대한 우려, 문화나 연령에 따른 차이, 자녀의 양육문제, 시댁과의 관계가 밀접함으로 인한 우려되는 부분이 교차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장애인다문화가족의 어려움에도 어떻게 정책으로 담아내야 할까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제대로된 실태조사가 없어왔다”면서 “장애와 다문화의 교차로 예상되는 공통적인 문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어떻게 산재해있는가를 담아내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한국사회정책연구원 변용찬 박사,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 한국장애인연맹 조태흥 정책기획실장.ⓒ에이블뉴스

■실태조사 통해 문제점 진단, “개념정리부터 종합적”

한국사회정책연구원 변용찬 박사도 "부부간의 나이차, 문화차 등 다양한 문제점이 나왔는데,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실태조사가 제대로 돼야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 같고,해결책도 나올 것 같다"면서 "장애인다문화가족인지, 다문화장애인가족이 맞는지 개념정리부터 필요하며,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은 장애인다문화가족 내 장애아동 문제를 두고, “다문화라는 것이 현장에서 차별적 언어가 될 수 있다. 국제 수준에 맞춰 ‘국제이주 맥락에 있는 모든’ 장애아동으로 용어로 정의해야 한다”면서 “실태조사 대상은 국적이나 체류자격 등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아동이어야 하며, 내용은 전문적인 장애진단과 상담을 할 수 있는 연구자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장애에 관한 것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장애인연맹 조태흥 정책기획실장은 “2010년 장애인다문화가족의 문제를 인식해 2012년 지역에서 장애인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열었는데, 너무 빨리 시작해서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이 어려웠다”면서 “장애인다문화가족 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상급학교 진학률이 30%밖에 되지 않고, 제대로 된 장애인다문화가족에 대한 조사가 없어 정책적 마련이 없이 제자리걸음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조 실장은 “국제화되면서 장애인다문화가족이 점점 소외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2세들의 문제가 있다”면서 “국가에서, 정부에서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나갈 것인지 늦었지만 발걸음을 해보려고 한다”고 실태조사 진행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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