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교육 부실 선관위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하라!’ 종이를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

장애로 인하여 비닐위생장갑 착용도 어렵고 착용 후 투표용지와 뭘 잡는 것도 쉽지 않음. 그래서 미리 손 소독하고 니트릴장갑(요리나 염색하는) 착용하고 갔는데 무조건 비닐 위생 장갑 착용을 강요하여 투표 못 함. 나중에 뉴스에서 보니 검찰총장은 비닐장갑 안 끼고 투표함.(뇌병변 중증장애인 A씨, 연수동 사전투표소)

투표소가 건물 1층이긴 하지만 진입로에 6-7개의 계단이 있어 휠체어 진입이 불가한 상황이었음. 투표를 요청하자 선관위 직원 및 주민분들이 휠체어를 손수 들어 계단을 올라 투표소로 이동해 주고 투표를 진행함.(뇌병변 중증장애인 B씨, 사직 제1동 제2 투표소)

시각장애인 투표보조용구에 대한 인식이 없음. 참관인과 둘만 들어감. 보조용구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그런지 투표 도와주시는 분이 ‘몇 번 찍으실 건가요?’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시각 중증장애인 C씨, 목3동 사전투표소)

수어통역사 배치 여부를 사전에 문의했으나 구청에서 전달받은 게 없다며 필담을 해준다는 식으로 안내를 받음. 막상 투표소에 가니 필담과 같은 어떠한 안내도 없었음. 오히려 안내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본인들 할 말만 함.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으며 안내나 어떤 설명 없이 그저 확인 서명과 투표용지를 건넨 채 투표하고 가라는 식으로 응대 당함.(청각 중증장애인 D씨, 신림동 제2 투표소)

2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에이블뉴스

지난 21대 총선에서 참정권을 침해당한 장애인 100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2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 및 설비, 참정권 행사에 관한 홍보 및 정보 전달, 장애의 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기표방법 등 선거용 보조기구의 개발 및 보급, 보조원의 배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배제와 차별 조장하는 선거관리위원회 각성하라!’.ⓒ에이블뉴스

하지만 실제 매 선거 시기 장애인의 참정권 침해는 매번 반복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이번 선거 때부터는 2018년 개정된 공직선거법 ‘이동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보장’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소 대부분이 1층에 마련, 장애인 투표소 접근이 93% 이상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역시나’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갑작스러운 발달장애인 투표지원에 대한 투표관리 매뉴얼 변경으로 인하여 실제 투표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 장추련은 발달장애인 투표지원에 대한 매뉴얼 변경으로 사전투표 기간에 실제 투표를 지원받지 못한 당사자들과 4월 14일 긴급히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면서도 선관위에 개선을 요청했지만 다음 날 본투표에서도 여전히 발달장애인의 투표지원은 가로막혔다.

장추련은 지난 19일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대응팀’이란 이름으로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선관위에 항의방문,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외쳤으며, 이날 마지막 수단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강력한 시정 권고를 요청했다.

진정인들 발언 모습. (왼)시각장애인 오규준 씨(오)청각장애인 문원정 씨.ⓒ에이블뉴스

진정인으로 나선 시각장애인 오규준 씨는 “글씨를 보지 못해서 활동지원사와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니, 직원이 활동지원사를 막았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도 계속 막았다”면서 “결국 직원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갔고, 점자를 모른다는 저에게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서 도리어 묻는 등 방법을 찾는다면서 20분 동안 계속 기다리게 했다”고 토로했다.

공직선거법 157조에는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오 씨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도 참정권 침해를 당한 것.

오 씨는 “이런 상태에서 투표하고 싶지 않다. 시각장애인도 직접선거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문원정 씨는 공보물, 토론회 등 정보 접근부터, 사전투표소에서의 편의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문 씨는 “사전투표소 줄을 섰는데, 누군가가 와서 마스크를 낀 채 이야기하는데 입 모양을 하나도 몰라서 알아듣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투표장에 와서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잘 안 들리니, 마스크를 벗고 입 모양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절대 안 된다’면서 거절당했다. 그래서 ‘적어달라’고 했는데, 그 소통도 되지 않아 서로 쳐다만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토론회나 공보물을 통해 후보자들을 파악해야 하지만, 토론회 시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전담하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공보물 또한 수어 영상이나 쉬운 문장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체장애인 배재현 씨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에이블뉴스

지체장애인 배재현 씨는 사전투표소를 찾았으나, 입구 경사로 접근이 힘들어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방역물품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 씨는 “정식기표소에는 손 소독제와 비닐장갑이 있는데, 임시 기표소는 없다고 한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기표소에 안전 물품이 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방역물품을 쓰지 못해 감염이라도 됐으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분노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많은 비장애인은 장애인용 기표대가 있는 것만 보고, ‘세상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표용지를 받기 위해 열람하고, 용지를 들고 기표대에 들어가서 표를 찍고, 함에 넣는 모든 과정에서, 내가 충분히 정보를 알고, 누구를 투표할 것인지 결정권까지 가져야 한다”면서 “어떤 장애 유형이 있던지, 나의 장애에 맞게, 불편하지 않게 참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인권위에서 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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