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사회복지학과 홍선미 교수는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사회복지 분야 인권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 인권위가 발주한 사회복지 분야 인권교육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에이블뉴스

6년전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인권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정작 교육 수준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사회복지시설이 하루에도 5번씩 팩스를 보내 ‘교육을 받으라’고 안내 하는 일부 사립교육원 등의 무료 인권교육을 선택한다. 이곳 소속의 강사들은 한 두 시간동안 인권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등의 3~4가지의 연간 의무교육을 쏟아낸다. 심지어 이중 상당 부분의 시간은 보험상품, 특산품을 소개하는데 할애한다.

시설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의무교육을 모두 마칠 수 있고, 서류까지 완벽한 이러한 사립교육원들을 선호한다. 하지만 정작 시설 종사자들은 인권교육을 통해 얻어가는 것이 없다.

“어떤 인권교육도 가슴에 와 닿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인권교육이 “효과적”이라는 응답이 4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홍선미 교수는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사회복지 분야 인권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 인권위가 발주한 사회복지 분야 인권교육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11년 9월 개봉된 영화 도가니 속 인권침해가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후, 2012년 1월 26일 ‘사회복지사업법’ 제4조 및 제5조에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인권교육을 강화했다.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들이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한 것.

시설유형에는 장애인, 아동, 청소년, 노인 등의 시설과 복지관 등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인권교육 시행을 위한 법제화나 제도 정비가 돼 있지 않아 현장은 혼란스럽다.

■인권교육 기관, 민간 ‘인권 단체’ 공무원 ‘지자체’ 선호

이번 실태조사는 민간종사자 513명, 공무원 250명, 강사 등 총 101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최근 2년 6개월간 84.5%가 인권교육을 이수했다.

업무에 따라 이수 여부에 차이가 있었는데, 가족의 영역에서 근무하는 민간종사자나 공무원은 모두 이수했지만, 저소득층, 노인, 지역사회영역 근무자들은 비율이 낮았다.

교육을 받은 기관을 보면, 민간종사자의 경우 인권 관련 단체가 35.7%로 가장 많았고, 시설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 22.5%, 국가인권위원회 20.2%, 자격증 관련 협의회 12.2% 등이었다.

공무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55.8%, 국가인권위원회 12.6%, 시설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 11.6% 등이었다.

교육을 받은 주기는 민간종사자와 공무원 모두 ‘연 1회’가 가장 높았지만, 공무원의 경우 일회성도 높았다. 인권교육 내용은 주로 70% 이상이 ‘인권침해 사례’ 였다.

특히 민간의 경우 인권에 대한 개념적 내용이나 대상자 권리 등의 집중하는 반면, 공무원은 구체적인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의 사례, 또는 인권증진 방안에 대한 부분을 집중했다.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사회복지 분야 인권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인권교육 효과적 32.1% 불과, ‘대규모’, ‘정보전달’ 수준

그렇다면 이 인권교육은 인권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효과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2.1%에 불과했다. 특히 젊은 종사자, 관련 업무 경험이 적거나, 전문성이 요구될 경우 인권교육 만족성이 낮았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로는 집합교육의 한계‘와 ’단순한 정보전달 위주의 교육 방식‘ 등이 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사들이 인권교육을 통해 자신의 인권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기대에 비해 정작 교육방식은 인권 역사나 관련 법령 정보 전달에 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인권교육의 효과적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90%가 ’의무교육‘을, 교육시기는 ’매년 마다‘, 교육유형은 ’보수교육‘을 가장 선호했다. 교육방식은 ’강의‘가 40.1%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2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사회복지 분야 인권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토론자 모습.ⓒ에이블뉴스

■보수교육 내 인권과목 공통 지정, 강사 전문성 높여야

이에 홍선미 교수와 토론자들은 현재 인권교육의 현 실태를 짚으며, 사회복지사가 인권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 구축, 전문성 있는 강사의 양성 등을 제언했다.

홍 교수는 “좋은 강의안으로 구성된 교육내용이라고 해도 현재와 같은 대규모 집합교육은 수강생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강의 중심의 교육”이라며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사회복지종사자 대상 보수교육 내 인권과목을 기초 공통으로 지정해 모두가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사회복지법인 신애원 장진용 인권옹호관은 "현재 시설들에서는 이름을 댈 수 없는 각종 교육원에서 하루에 5번씩 팩스를 보내 인권교육을 하라고 안내한다. 시설에서는 대부분 그 교육원을 통해서 하는데 강사가 2시간 동안 3개의 과목을 해준다. 이중 4~50분은 특산품, 보험상품을 선전한다"면서 "서류를 완벽하게 해주기 때문에 시설들에서는 이 곳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다고 하더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진용 인권옹호관은 "듣는 사람들은 '인권이란?', '때리면 안 돼요' 란 강의만 듣는다. 현장에서의 실정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강의하는 것이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기본과정을 이수하고 현장에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강의하고, 2차적으로 분야별로 이수가 가능하다면 강의수준이 높아지고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대학 사회복지전공 내에서 인권교육 별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학 자체가 인권과 뗄 수 없는 학문적인 측면 있다’면서 “사회복지협의회가 각 대학과 컨소시엄 구성해서 인권교육 실증적 연구 교과목 개발과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에 인권과목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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