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탈시설 지원'. '체험홈 확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DB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명시한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아직 법제도 근거와 정책이 미비한 현실에서 탈시설화 개념부터 잡고, 국무총리실에 탈시설화 TF가 꾸려져 국가계획을 수립해 힘 있게 추진하도록 견인해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이 탈시설화 개념에는 일반 주택, 개인 자유가 필수책으로 포함돼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장애인 탈시설 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 연구’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6년 12월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수는 1505개소, 입소현원은 3만980명이다. 이는 전체 등록장애인(2016년 기준 251만1051명)의 약 1.23%에 해당한다.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을 더해 계산하면 전체 등록장애인의 약 4.2%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중앙정부 차원에서 탈시설화를 직접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 근거와 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중앙정부차원의 탈시설화를 지원할 법제도 근거와 로드맵이 마련돼 있지 않고, 이를 담당할 전담부서나 인력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정책과제를 해나가야 할까?

연구보고서는 정책과제로 먼저 탈시설 개념의 정의를 강조했다.

탈시설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추진근거가 미비해 지자체에서의 방향도 설정해주지 많고 정책추진의 어려움이 크다. 이에 장애인복지법에 탈시설화 개념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진들이 도출한 탈시설화 개념은 이렇다.

‘(시설이 아닌)제약이 최소화된 지역사회의 일반 주택에서 개인의 자유, 자율성, 사생활을 보장받고 소득 및 서비스를 지원받으며, 자신의 연령대와 선호에 맞게 사회의 일원으로 포함돼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국가차원의 추진체계가 없어 정부부처 간 연계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 실정이다.

이에 연구진들은 시급히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 탈시설화정책 추진 TF'를 구성해 로드맵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TF팀은 해당 분야에 인권감수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전문가, 당사자, 가족 등으로 구성돼야 한다.

전담인력도 둬서 ‘힘 있게’ 정책 추진도 해야 한다.

연구진들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에 탈시설화를 담당할 과 또는 팀을 신규 설치하고, 해당 과장 또는 팀장은 탈시설화 철학과 의지를 가진 민간전문가로 공개 채용할 것을 제안했다.

장애인당사자들이 탈시설 한 이유? “내 삶이니까”.ⓒ에이블뉴스DB

탈시설화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다’다.

실제로 탈시설화 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모든 과정에 장애 당사자가 참여하고 자신의 선호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탈시설화정책을 펼치는 서울시의 경우에도 전환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전문가 판단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연구진들은 탈시설화 과정에서 장애인당사자가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일상에서 의사결정권 보장을 위한 자립생활센터 지원 확대, 탈시설화 및 그 이후에 삶에 대한 정보제공시 담당 실무자의 가이드 제시 등을 강조했다.

또 국가 주도로 시설거주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파악하고 개인별 지원체계를 구축·강화함으로써, 지역사회로의 이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국 17개 시·도에 탈시설전환센터를 설치한 뒤, 이 탈시설전환센터를 중심으로 기존 시설거주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화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노숙인 시설 등 시설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시설에 거주중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탈시설화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욕구를 파악하며, 각자에 맞는 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과정에서 소득, 주거, 활동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도 필수적이다.

현재도 일정 요건을 갖춘 장애인에게는 최소 생계유지비 수준의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시설에 거주하던 때의 삶과 다르게 만들 기 위해서는 ‘탈시설화’의 취지에 걸맞은 과감한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다.

우선, 장애로 인한 소득손실 및 추가비용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및 분석을 토대로 급여 수준을 책정하여 급여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의 급여지급 수준은 탈시설장애인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며, 장애로 인한 소득손실 규모를 구하는 체계적인 조사도 실시된 적이 없다.

이에 연구진들은 복지부가 장애로 인한 소득손실 및 추가비용을 산출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거나, 기존 국가통계를 활용해 실질적인 손실 및 부담 수준에 근접하는 비용을 산출해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가족 반대로 탈시설화가 불가능한 장애인들을 위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장애수당과 연금 별도로 초기 자본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관련 법령을 개정해 탈시설 장애인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제공하고, 활동지원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경감하거나 면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있는 시설은? 폐쇄 조항도 고려

완전한 탈시설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설거주 장애인이 시설을 떠나는 개인적인 차원의 정책을 넘어, 입소예방과 신규시설 설치 제한도 필요하다.

이에 연구는 장애인복지법 제59조 제2항에 신고제로 전환되어 있는 시설 설치 규정을 개정해 장애인거주시설의 설치 및 운영을 위한 요건을 명시하고 요건 충족 시에만 신규시설 설치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기존 시설에 대해서는 탈시설화가 정부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 방향이라는 점을 천명하고 그에 따라 점진적으로 기존 대규모 시설들을 폐쇄한다는 정도의 조항을 기존 법령에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 기존 시설이 운영하는 체험홈은 완전한 자립을 저해할 여지가 있어 필요한 경우만 허가해 그 수를 최소한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장애인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전해 탈시설화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과 일자리를 잃게 되는 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탈시설화된 주거지원 서비스 현장에 재배치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도 마련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돌봄 부담으로 인한 시설입소를 예방하고, 자신의 가족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어려움 없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들은 “시설보호 정책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그들로부터 동등한 사회참여와 인간발달을 이룰 기회를 박탈해온 우리 사회의 제도적 차별이자 학대였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으로부터 탈시설화 정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탈시설화의 철학과 원칙을 견지하고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해나갈 국가 차원의 강력한 추동력이 필요하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무총리실에 탈시설화 TF를 꾸리도록 하고 이들이 탈시설화 국가계획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견인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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