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유도신문에 의해 자백하고, 증거도 없이 무리하게 성추행범으로 기소된 지적장애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26단독, 이혜림 판사)은 지난 7일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로 약식 기소된 지적장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적장애 3급 남성 A씨는 지난해 6월 5일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회사로 출근하는 길이었다.

당시 신도림 역사에서 성폭력 단속활동 중이던 서울지방철도경찰대 광역철도수사과 수사관들은 A씨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배회하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A씨를 따라 전동차에 승차했다.

경찰은 A씨가 전동차 내에서 승객들에 밀려 앞에 서 있던 여성에게 밀착하는 것을 성추행으로 오인하고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증거영상에는 성추행 장면이 없었다. A씨의 가족들은 변호인 선임 후에 조사를 받겠다고 항의했고, 수사관들은 이를 조사방해로 여겨 결국 A씨는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경찰조사를 받았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서울특별시장애인인권센터는 사건 당일, A씨와 그 가족을 상담한 후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경찰조사가 이루어진 점 등 수사 과정에 위법성이 있고, 장애인인 A씨의 권리옹호를 위해 무료 법률지원을 결정했다.

센터는 사건 직후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수사과로 변호인선임계를 발송했고, 검찰 송치 이후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했으나,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송치 5일 만에 약식 기소했다.

결국 A씨는 같은해 8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이에 센터는 법원의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해 피의자 신문조서는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이뤄졌고, 수사관의 유도신문을 통해 자백취지로 꾸며진 점, 범행 장면 동영상에는 직접적인 추행 장면이 찍혀 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무죄변론을 했다.

재판과정에서는 동영상에 대한 증거조사, 피해자 및 A를 체포한 경찰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졌으며, 증인들의 진술은 모순되고 일관성이 없었다.

결국 경찰의 증거도 없이 무리하게 성추행범으로 기소하고 유도신문에 의해 자백하게 한 것이 드러난 것. 센터의 노력으로 A씨는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여전히 지적장애인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도신문, 짜 맞추기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단속활동중인 수사관이 인지한 사건에서는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기란 더욱 어렵다” 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A씨의 장애 및 행동특성이 잠재적 성범죄자로 오해 받은 점에서 이해할 수 없었는데, A씨의 억울함을 풀 수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장애인학대 피해자 지원 외에도 A씨의 경우처럼 지적·발달장애인이 피의자, 피고인인 사건에서 범죄혐의 내용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보장을 위한 법률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1심 결과에 불복해 지난 13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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