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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성폭력 둔 법원 판결 ‘들쭉날쭉’

‘항거불능·자기결정권’ 인정여부 따라 유·무죄

“장애 고려한 판결 필요, 사법부 인식 개선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4-21 18:10:39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최정규 소장이 판례를 발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최정규 소장이 판례를 발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우리 로맨틱 어때?” 20대 회사원인 A씨는 지난 2013년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 B씨를 만났다. 당시 B씨는 중학교 3학년인 14세의 소녀. 하지만 성욕 앞에서 그는 모든 걸 내던졌다.

7세 지능을 가진 B씨를 모텔, 창고 등에서 4차례 간음한 것도 모자라, 성관계를 갖는 장면과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 말 그대로 ‘성적학대’였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3년 및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의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명했다.

“저는 지적장애를 몰랐습니다만…사진 찍을 때 동의도 구했다고요!” 비겁한 변명으로 항소장을 드민 A씨.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항소를 기각했으며, 대법원 또한 의미 있는 의견을 밝히며 원심을 확정했다.

“장애를 가진 아동‧청소년의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의 미약 여부는 해당 연령의 통상적 능력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충분하다.”

지난 2010년 6월27일 모 공원, 지적장애 3급 A씨(33세, 여)를 발견한 검은 그림자. 한 손으로 어깨를 감싼 그는 A씨의 옷 속으로 넣어 가슴을 만졌다. 흥분한 그는 A씨의 바지 지퍼까지 내려 성기에 손가락까지 넣는 추태를 보였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7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A씨의 장애를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한다는 점, 범행 당시 다리를 오므리는 등 소극적인 저항행위를 했다는 점을 들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지는 않았다”며 1,2심에서 무죄를 선고 한 것.

결국 대법원은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돼야 하며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관의 ‘장애인학대와 인권침해예방을 위한 실천연구대회’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관의 ‘장애인학대와 인권침해예방을 위한 실천연구대회’ 모습.ⓒ에이블뉴스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관의 ‘장애인학대와 인권침해예방을 위한 실천연구대회’에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최정규 소장은 학대관련 판례의 현황 및 실태라는 주제로 이 같은 판례를 소개했다.

최 소장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적학대 관련 피해 장애인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상황만을 보고 가해자의 처별을 면하게 해주는 판결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며 “지적장애인성적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여부를 피해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아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행연대 이석구 정책위원장은 “지적장애인 관련 판례에서 자기결정권을 장애의 특성을 반영해 제한적 또는 차등해 적용한다면 오히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제한되는 결과가 우려된다”며 “이러한 한계는 법원의 인식의 문제인지, 현행 관련 법조항의 한계인지 제안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었던 신안군 염전 피해장애인 사건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밀린 임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사건에 그쳤다. 장애인학대가 아닌 단순히 임금체불사건으로 보는 인식.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일명 ‘도가니 사건’도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소멸시효’에 그쳤다.

최 소장은 “피해자들은 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재항변을 했지만 법원은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배척했다”며 “성범죄 피해 하에 고통 받는 장애인들의 실효적 구제를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소장은 “장애인학대범죄처벌특례법 등 장애인학대와 관련한 특별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입도 중요하지만 결국 개별적인 사안에 있어 내려지는 판결이 장애인 인권에 대한 바른 인식이 결여된다면 어떠한 법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사법부가 장애인의 입장에 다가가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회대학교 이복실 외래교수는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학대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학대를 당하고 있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면 지속되고 은폐된다.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며 “발달장애인의 옹호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훈련을 지원하는 사법옹호 지침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관의 ‘장애인학대와 인권침해예방을 위한 실천연구대회’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관의 ‘장애인학대와 인권침해예방을 위한 실천연구대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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