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 현장조사 사진들. 외부환기창이 없고 내부가 노출돼 환자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이 정신병원으로 오게 된 정신장애인 ㄱ씨, 병원 입원과 동시에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화장실 가듯 가게 된 곳은 격리실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의사랑 말을 하라고 했는데 의사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도 어눌해지고 폭력적이 됐다. 날 낳은 XX들 때문에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가..고..싶..다’ 벽면에 하염없는 낙서만 할 뿐이다. -실태조사 속 격리실 낙서 발췌-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 최종보고회’를 개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전국 국‧공‧사립 22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의료기관의 격리‧강박 피해실태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격리 또는 강박을 당한 환자 424명, 의료진 포함 직원 286명 등 총 710명을 대상이다.

■격리·강박의 ‘추악한’ 민낯=‘우린 치료가 목적인데요?’ 숨겨져있던 정신병원의 격리‧강박 시 인권침해 문제는 심각했다.

의료진들은 ‘치료목적’이라고 격리‧강박의 필요성을 내세우지만 그 실상은 물음표를 짓게 했다. 빈도나 강도, 시행시간이 모두 지나칠 정도로 비반하고 치료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먼저 응답 입원환자의 평균 격리 경험 횟수는 7회였다. 격리 경험 횟수별 분포를 찾아보면 1~3회 67.8%, 5~9회 9.6%, 10회 이상 22.6% 였다.

격리‧강박을 당한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인 행동’ 27.8%, ‘병동 규칙 위반(음주, 절도, 도박, 흡연 등)’ 24.9% 등이었는데 특히 ‘이유를 모르겠다’ 17.4, ‘입원할 때’ 12.3%인 부분이 눈에 띄었다.

격리‧강박은 과도하고 너무나 빈번했다. 10명 중 4명이 ‘과도하다’고 답한 것. 응답 환자 21.8%의 경우는 신체적 부상까지 당했다. 부상 경험이 있는 88명 중 65명(73.9%)은 팔‧다리에 부상을 당했고, 9명(10.2%)은 어깨‧겨드랑이에 부상을 당했다. 그 외 다른 부위에 부상을 당한 사람은 14명(15.9%)였다.

이는 대부분 정신병원에서 사용하는 유도복, 태권도복 띠에 강박을 당하기 때문에 손목과 발목에 멍이 드는 등의 부상을 당한 환자들이 많았다. 어깨 또는 겨드랑이 부상의 경우 팔과 다리 외에 가슴을 강박하면서 생긴 부상이라고 분석했다.

“아무런 설명도 안해줬잖아요”부당한 인권침해로는 보호자, 환자에게 설명 없는 격리‧강박 시행‘이 가장 많았다. 총 30.2%.

이어 격리‧강박 중 환자 존엄성 침해(기저귀 착용 등) 20.6%, 욕설, 심리적인 인격 훼손 16.3%, 과도한 신체적 폭력 15.9%, 부당한 음식 제공 거부 9.1%, 성희롱‧성폭력 4.7% 등이었다.

환자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 격리실 시설에서 보완돼야 할 점으로는 424명의 응답자 중 154명이 의견을 적성했다.

이중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8.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청결, 환기, 세면대 필요 등 청결 관련 시설 보완’ 29.9%, ‘냉난방 시설 보완’ 6.9%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정신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 개선‘이 45.7%로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정신장애 환자와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강화‘ 21.9%, ’법적 제도적 보호 규정, 지침 강화‘ 12.7%, ’의료인의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 10% 등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 최종보고회’를 개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전국 국·공·사립 22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의료기관의 격리·강박 피해실태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에이블뉴스

■악취·곰팡이까지, 사생활 없는 지옥=폐쇄병동 격리실의 전수조사에서도 문제는 컸다, 병동과 간호사실 사이에 유리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간호사실 조건을 갖춘 병원은 총 22곳 중 단 4곳뿐이었다,

평균 격리실 면적은 5.3㎡이었으며, 최소 1.2㎡에서부터 최대 9.1㎡로 조사됐다. 이는 격리실 면적에 대한 복지부 지침 내용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안전한 강박을 실시하기에는 비좁았다, 특히 1.2㎡의 격리실의 경우 웅크리고 앉아있어도 매우 비좁았다.

격리실 내부의 위생 상태는 사립병원의 경우 특히 열악했다. 격리실 내 대소변기가 방치돼 악취가 심했고, 격리실 벽에 곰팡이 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외부환기창이 없는 경우 더 심했다.

격리실 위치도 간호사실 외부에 위치한 경우가 있어 노출이나 용변을 볼 때 사생활권 보호를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었다.

강박도구는 표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제각각 제작한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환자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안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구하고 단단하게 강박할 수 있는 도구를 선호한 것. 주로 유도띠가 사용되고 있었으며, 심한 소변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에이블뉴스

■“격리‧강박, 궁극적 근절돼야”=이 같은 실태에 대해 인권의학연구소 이화영 소장은 격리‧강박 과정에서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으로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격리와 강박은 이제 치료적 방법으로 여길 수 없으며 한자와 의료인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 받을 때 다른 수단과 방법을 모두 사용해 본 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 소장은 “시행하고 있는 격리, 강박의 실태를 정기적으로 담당 행정기관에 보고토록 함으로써 현황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후 정기적으로 취합해 전국의 격리, 강박 현황에 대한 통계를 개별 정신과 입원시설에 통지해야한다”며 “이는 실태 파악 뿐 아니라 격리‧강박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소장은 “인권보호와 안전 확보를 위해 격리시설 및 강박도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크기에 대한 규정, 통풍 및 적정온도 유지, 강박도구의 재질 등”이라며 “격리 강박 최소화를 위해서도 위원회를 설치해 자체 검토하고 줄일 수 있는 실천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염형국 변호사는 중장기적으로 전공 의료인에게 격리‧강박 사고위험성, 인권침해 가능성 등이 담긴 교육, 격리‧강박 지침과 인증평가기준 개선 등을 제언했다.

염 변호사는 “현행 복지부의 격리‧강박 관련 지침은 전부 3쪽에 불과해 해외의 관련지침에 비해 양적, 질적 측면에서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최소한 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격리‧강박의 적응증, 위험성,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망라한 지침서가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법 개정을 통해서 격리‧강박 요건 및 강화, 정신보건기관 인력 확충, 격리 및 강박지침의 법령화, 보호사의 자격 요건 등을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안대식 주무관은 “의견들 중에서 시급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격리‧강박 지침부분이다. 의견 내주신 부분에 대해서 내년부터 수정 반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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