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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RPD이행 국제사회 첫 심사 ‘낙제수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국가보고서 최종견해 채택

조항별 우려점 ‘수두룩’…선택의정서 채택 등 권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10-06 19:05:19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하 위원회)는 지난 3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CRPD)과 관련 대한민국 정부 심의의 결과물로서 ‘대한민국 최초 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Concluding observations on the initial report of the Republic of Korea, 이하 최종견해)’를 채택,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CRPD은 2006년 12월 유엔에서 채택돼 2008년 12월 대한민국 국회가 비준·동의하고 2009년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 국제 법이다.

CRPD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에 협약의 이행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되며, 지난달 17일과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번째 정기보고 및 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된 바 있다.

위원회가 내린 최종 견해는 위원회에 대한 소개, 한국의 긍정적 측면에 이어 각 조항별 우려사항과 권고 등 총 66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조항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권고, 장애인등급제, 성년후견제, 정신보건법상 비자의 입원 규정, 부양의무자 자력에 의한 수급제한, 시외버스 장애인 편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구제조치 미흡, 장애여성을 위한 전문적 정책 부재,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마련 등 국내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여러 주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폭넓은 권고가 담겨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보고서 대한민국 심의 장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에이블포토로 보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보고서 대한민국 심의 장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먼저 위원회는 ‘제1조~4조 목적, 일반원칙과 일반의무’와 관련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의료적인 평가에만 의존하고,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판정 시스템과 장애인서비스 지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장애등급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결정과 등급제시스템을 검토해 장애인의 특성과 환경·욕구에 따라 개별화하고, 정신 장애인들도 요구에 따라 복지서비스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확장시킬 것을 권고했다. 또한 CRPD의 선택의정서를 채택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CRPD 국회 비준 당시 선택의정서를 비준할 만큼 국내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선택의정서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아직까지 채택을 외면하고 있다. 선택의정서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의한 직권 조사권 등 CRPD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며, 장애인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채택을 요구해 온 사안이다.

위원회는 ‘제5조 평등과 차별금지’와 관련 2008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효과적 이행 부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며,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증가와 역할 수행을 위한 인력이 증가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제6조 장애 여성과 관련해서는 입법과 정책 활동에서도 장애 여성에 대한 관점이 다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성폭력, 가정폭력 등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 할 때 특히, 장애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또한 당사국에 있는 장애 여성이 자신의 장애와 관계없이 선택과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평생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임신한 장애 여성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제8조 인식제고’와 관련, 장애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인식 제고 캠페인을 강화하도록 촉구했다.

‘제9조 접근성’에 대해서는 농촌과 도시 지역에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택시(장애인콜택시)와 (저상)버스의 숫자가 적고, 공공건물의 접근성과 웹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도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로 남겨진 것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재의 대중교통 정책을 검토하고, 건축물 크기와 지어진 날짜 등에 관계없이 모든 공공시설 등에 접근성 표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인터넷 웹 사이트를 통해 정보에 접근하고, 스마트 폰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제11조 위험상황 및 인도적 긴급사태’와 관련 자연 재해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장애인을 위한 피난 시스템의 부재에 대해 우려하며 장애 특성을 고려,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 좋다고 주문했다.

‘제12조 법 앞의 동등한 인정’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시행된 성년 후견 시스템과 관련해 개인적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보호자의 의사를 허용하도록 하는 것은 협약 제 12조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한 뒤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침해할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제13조 사법에 대한 접근’과 관련 지난해 대법원에 의해 ‘장애인에 대한 사법 지원을 위한 지침’이 출판됐지만 사법 요원이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충분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따라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 26조(의사소통조력인제도, 형사소송법의 신뢰관계동석자 참석 등, 수사과정 시 장애인을 돕도록 규정)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또한 대법원에서 발표 한 ‘장애인에 대한 사법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법적 구속력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제14조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대해서는 정신보건법과 개정안인 정신건강증진법이 장애를 이유로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대해 지적하며,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에 기초하지 않은 정신장애인을 장기간 시설 수용하는 것을 비롯해 높은 시설수용의 비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정신장애인 등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박탈을 허용하는 현행 법 규정을 폐지할 것, 정신건강서비스를 포함한 건강서비스에서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에 기초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할 것, 법이 개정될 때까지 병원이나 시설의 모든 사건을 조사할 것 등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제15조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의 자유’에 대해 잔인하고 비인간적 치료와 처벌 등 강제 치료를 폐지하는 것과 함께 외부의 독립적인 감시기구의 설립을 통해 정신병원에서의 폭력, 학대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정신병원에서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독방이나 감금, 지속적인 구타 및 과도한 약물 치료 등을 포함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를 받는 것에 대해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위원회는 ‘제19조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참여’에 대해 효과가 부족한 탈 시설 전략과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한 충분한 조치의 부족을 우려하며 장애인의 인권 모델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탈 시설 전략 개발을 위해 개인·사회적 서비스의 지원을 높일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이 개인적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손상의 정도보다는 오히려 가족의 소득 등 필요에 따라 계산되는 점을 지적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하고 공정한 지원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21조 의사소통’과 관련해 정부에 수화를 공식 언어로 인식하도록 장려할 것과 수화, 자막,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내용 등 적절한 기준이 있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의 수화가 공식 언어로 인식되지 않고 관련 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점과 특정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을 위한 방송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송이 상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준이 적합한지는 우려스럽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제23조 가족과 가정에 대한 존중’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장애아동의 기족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저소득층으로 제한돼 있고, 원래 가정보다 장애아동을 입양하는 가정에 더 많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가족의 장애아동 포기를 장려하고 장애아동의 가족에 대한 권리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법적 기반을 제공하고, 장애아동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책을 구현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제24조 교육’의 경우 통합교육 정책에도 불구하고, 장애학생은 일반 학교에서 특수학교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 및 과정뿐만 아니라 시설 등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단계적으로 수행할 것, 일반 학교에서 교사와 관리자를 포함한 교육 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제25조 건강’ 관련 중 최근 개정된 상법 제 732조에 대해 ‘정신 능력’에 근거해 보험가입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구성한다며 우려를 나타낸 뒤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막는 상법 제 732조를 제거하고, CRPD 25조 e항을 유보한 것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제27조 근로 및 고용’에 대해서는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최저 임금법에 의해 장애인이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과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실업률이 비장애인에 비해 높고, 특히 장애여성은 더욱 심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안을 모색해 보조 임금체계를 도입하도록 하고 장애 여성을 고용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갖고 고용 격차를 좁혀 나갈 것을 주문했다.

위원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경우 장애인의 소득, 부양의무자의 소득에 따라 혜택에서 제외되는 상황과 (장애인연금이) 중증장애인으로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며 장애를 가지 개인의 특성, 상황과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해서 최소한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제29조 정치와 공적 생활 참여’에 대해 많은 투표소가 장애인의 완전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장애유형을 고려한 정보도 제공 등도 우려되기 때문에 장애인의 선거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장했다.

이 밖에도 위원회는 독서 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유예 조약인 ‘마라케시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빨리 조약의 구현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최종견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늦어도 2019년 1월 11일까지 정기 보고서를 다시 위원회에 제출, 최종견해에 대한 이행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유엔의 최종 견해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할 장애인 정책의 방향과 시민단체의 활동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인권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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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 기자 (jiyeo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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