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부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6주년을 맞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3월 출석 국회의원 197명 중 196명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 제정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법제정위원회가 만들어져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 지 약 4년 만에 이뤄진 결실이었다.

그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인권보호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차별로 접수된 진정사건 비중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6년간 평균 53.1%로 급증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되는 시대 속에서 장애인들의 생각과 요구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기 못하는 등 한계와 문제점도 존재한다.

법무법인 소명 박종운 변호사는 지난 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2014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6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개선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장애’의 정의부터 변화돼야…‘장기간에 걸쳐’ 삭제 필요

법무법인 소명 박종운 변호사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한계와 개정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먼저 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장애를 장·단기뿐만 아니라 일시적 장애, 과거의 장애 경력도 포함하고, 사회적 모델로 한걸음 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의 이유가 장애로 인한 것인가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장애로 인한 차별의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일시적, 단·중기적 장애를 포함시키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라고 명시된 부분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제안한다”며 “장애인 차별은 일시적, 단·중기적인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도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손상 중심적’, ‘의료적 모델’, ‘기능적 제한 접근법’에서 ‘인권적’, ‘사회적 모델’, ‘사회정치적 접근법’으로 한 걸음 전진한 장애의 정의를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상 중심적’, ‘의료적 모델’로만 다뤄지던 장애의 정의가 시대적 흐름에 맞게 ‘인권적’, ‘사회적 모델’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장애 판단의 기준’ 및 ‘장애 발생의 사유’와 관련해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을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경우와 같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요인에 의하여’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8일 개최한 ‘2014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6주년 기념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정당한 편의’에 비물리적 편의 외면

박 변호사는 “정당한 편의에는 기존의 규정·기준·관행 등을 변경하는 비물리적인 수단과 조치가 있을 수 있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는 물리적인 편의는 포함하고 있지만 비물리적인 편의는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2항의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로 정의돼 있다.

예컨대 회사의 간부급만 주차장을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비간부급인 장애인 직원이 회사 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 정책 변경은 정당한 편의에 해당할 수 있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규정돼 있지 않다.

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정당한 편의에 정책·절차·관행 등 비물리적인 제반수단과 조치도 포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타 법률과의 관계도 해결할 숙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9조(다른법률과의 관계)는 “장애를 사유로 한 차별의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해 이 법에서 규정한 것 외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의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돼 있으면 장애인차별금지법만 적용되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기타 다른 법령을 적용할 수 없게 되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신법이자 장애인 인권관련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합당하게 관련 법률들이 조속히 개정돼 장애인들이 상충되는 개별 법률의 적용으로 인해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장애를 사유로 한 차별의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적용을 원칙으로 하되 국가인권위원회법, 기타 다른 법령에 장애인에게 유리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법령의 적용을 배제하지 아니한다고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4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6주년 기념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인권위에 차별시정 맡길 수 있는 지 의문

특히 박 변호사는 “장애인들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힘있는 기구, 독립성과 객관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기구,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조사 및 제재 권한을 가진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정권고권을, 법무부 장관은 시정 명령권을 가지고 있다.

박 변호사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의 상황을 보면 장애인차별시정을 맡길 수 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신속하지도 못하고 장애인 감수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권한마저 솜방방이와도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별도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시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면서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전문 인력을 대폭보강하고 법무부 장관에 의한 시정명령 발동 요건도 상당 수준으로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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