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회장,한국장애인부모회 이경아 이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에이블뉴스

“우리 아들과 딸이 희망입니다. 우리아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해줄 사후의 안전장치로 마련된 성년후견제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통곡스럽기 그지 없다. 오히려 부모들의 우려와 불신만 낳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

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에서는 성년후견제도를 향한 3명의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애끓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지난 7월 본격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 장애(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로 인해 재산이나 신상에 관한 사무 처리가 어려운 사람의 의사 결정과 사무 처리를 지원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제도 시행 전부터 정신적 장애인의 인권 침해 및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부모들의 끊임없는 우려의 목소리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발달장애 아들이 첫 투표를 했다던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회장은 “성년후견제도를 보면 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이전의 금치산제도와 다르지 않다. 인권이 없다”며 “아들이 결혼하고 싶다는데 그것에 대해 대리인에게 일일이 물어봐야한다, 하지 말라면 못한다. 장애인이기전에 사람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개정 민법에 피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문구가 몇 몇 박혀있다고 해서 인권이 증진됐다고 주장한다면 현실왜곡이고 기만이다. 현실은 현재의 성년후견제도에 자기결정권과 의사가 존중되는 구체적 장치와 절차가 없다”며 “외국에서도 후견인에 의한 인권침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고, 설사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후견인을 둔다 해도 그 후견인이 있다는 이유로 290개의 법령조항에서 공무와 영업 등의 자격이 제한된다”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민 회장은 “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성년후견제도를 원하지도 않았고 인정할 수 없다. 정부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권리옹호 체계의 구축 없이 성년후견제도를 확산시키지 말아야 한다.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돼 발달장애인 권리옹호체계가 다 완비된 다음에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자폐성 장애 자녀 부모이자 한국장애인부모회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이경아 이사 또한 성년후견제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다. 부모들이 바라는 후견은 단순한 법률적인 후견보다는 복지후견이지만, 현실은 불편한 마음만 가득하다는 것.

이 이사는 “성년후견의 실제모습은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한정후견의 경우는 피후견의 결정에 대해 후견인이 취소권이 있지만 그 범위를 가정법원이 심판한 사항에 대해서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에 비해 성년후견의 경우 범위가 없다. 피후견인에게 의사결정 능력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국 이전의 금치산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이사는 “아시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 카드비나 핸드폰에 대해서 도장 잘 찍는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후견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양날의 검이다. 실제로는 권리를 제약받을 수 있다”며 “어느 정도 그런 제약을 감수해야하는지 생각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이사는 “법률 용어들이나 서류, 관련 절차들이 복잡하기 때문에 당사자나 노령의 보호자에게 스스로 법률 서류를 준비해 후견을 신청하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금치산제도 활용률이 저조했던 접근성 문제가 이어진다”며 “부모들은 너무 번거롭고 무리한 비용이 발생한다면 후견제의 도움 받기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도 “부모가 성년후견제를 놓고 고민하는 시점은 제3자에 의한 후견시스템에 어떻게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냐는 것이다. 인권이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는 후견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일차적으로 확인돼야 한다”며 “현재의 시스템은 오직 후견인의 선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허점들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정책실장은 “물론 모든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으니 제도를 시행하는 가운데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면 되지 않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제도의 위험성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성년후견제를 장애인 활동보조 등 복지제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활동보조인은 발달장애인의 선택과 결정의 권한을 합법적으로 대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진지하게 토론회를 듣고있는 장애부모들.ⓒ에이블뉴스

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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