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가 한국에서의 권리옹호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영화 ‘도가니’의 여파로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 강화 및 공익이사제도 도입 등이 담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장애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권리옹호시스템(P&A)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법무부와 한국법학원이 지난 19일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장애인 인권 침해 현황과 대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성되고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인신보호법 제정 등 우리나라도 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성취가 있었지만 장애인 인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시대착오적인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면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한국 인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임 변호사는 한국에서도 미국의 장애인 권리옹호시스템인 ‘P&A(Protection and Advocacy: 보호와 옹호) 시스템’과 같은 권리옹호시스템(P&A)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나갔다.

임 변호사는 “현재 인권위는 조사권, 접근권(시설에 대한 방문조사권), 시정권고 , 조정권한, 홍보, 교육, 관행에 대한 의견 표명 등 미국 P&A가 가지고 있는 권한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인권위가 장애인권리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로는 ▲서울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고 지방 일부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현재 조직 축소 논란 ▲장애인 인권옹호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과 예산의 제한성 ▲실제 장애인 관련 진정사건의 처리속도가 늦고, 빈발하는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에 기동성 있게 관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의 P&A 시스템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인권침해를 구제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모든 주에 P&A 기관들은 설치됐다.

P&A 기관들은 장애인들을 돌보는 크고 작은 시설의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감시와 조사를 담당했고,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탈 시설화 운동에 앞장섰다.

특히 변호사들이 이사 또는 직원으로 근무하지만 이사회의 절반 정도는 비변호사로 구성된다. P&A 시스템의 각 프로그램은 근거 법령에 따라 인구에 기초한 보조금을 받아 지원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장애인에 대한 학대와 유기(버림) 예방뿐만 아니라 통합교육, 권리, 의료, 접근하기 쉬운 권리, 교통기관, 일자리 기회 등 전면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장애인 인권옹호업무는 그 특성상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고 보호대상자와 접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지방화·소규모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뒤 “미국의 P&A처럼 ‘민간조직(인권단체)’의 역동성과 자발성, 서비스 마인드, ‘행정기관’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장점이 결합하는 방식이 권리보호를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의 P&A시스템 도입 방향을 제시했다.

P&A 시스템은 중앙 P&A 기관과 지방 P&A 기관으로 나뉜다. 중앙 P&A 기관은 지방 P&A기관에 대한 지원, 연계체계 구축, 프로그램 및 정책개발, 교육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 P&A 기관은 시도 단위로 설치되고, 서울이나 경기도와 같은 큰 지자체의 경우 지역을 분할해 여러 개의 P&A기관이 설립한다.

특히 정신장애나 발달장애, 장애여성과 같은 특별한 영역은 특별하게 활동하는 전문 P&A기관이 필요하다.

P&A 기관들은 장애인 학대나 방임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유가 있다면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조사와 관련해서 강제조사권 부여, 임의조사권만 부여하되 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자를 제재하는 방안, 임의조사권을 부여하고 조사거부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인권위 또는 수사기관에 의뢰해 조사 할 수 있다.

P&A 기관들은 학대와 방임을 조사한 뒤 피해당사자를 격리, 보호하거나 지역사회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가해자를 고발하거나 피해자로부터 분리하는 것 등 여러 수단들을 함께 시도할 수 있다.

또한 P&A 기관들은 개별적·집단소송으로 장애인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조사결과를 기술하고 개선조치를 권고하는 공적 보고서 발행이나 감시와 개선을 위해 해당 시설과의 기술지원, 자기옹호 훈련도 제공할 수 있다.

임 변호사는 “P&A기관들을 비영리 민간단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앙은 복지부 또는 인권위가, 지방은 시·도지사가 지정하되 투명하고 공정한 지정이 가능하도록 P&A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의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국 각지에 P&A 기관을 세워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법무법인 소명 박종운 변호사는 P&A 시스템 도입에 대해 찬성을 표하며, 의견을 내놨다.

박 변호사는 “사회복지사업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장애인 권리옹호시스템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포함돼 있다”면서 “도입한다면 어느 법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장애인 권리 옹호를 위한 장애인연금법, 장애인복지법, 특수교육법 등 많은 장애인 관련 법들을 전반적·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와 한국법학원이 19일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장애인 인권 침해 현황과 대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