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 이전에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는 등의 이유로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이하 인권위)는 "보험계약 이전에 이미 보험사고(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해'상법 제644조에 따라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등의 이유로 2급청각장애인의 보험가입을 거부한 것은 차별"이라고 2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특수교사인 김모씨(청각장애2급·당시 만33세)는 "2009년 8월 A공제회 종합보험에 가입하려 했다. 하지만 청각장애2급은 장해분류표 상 장애지급률 80% 이상에 해당돼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상법'규정에 따라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이유 등으로 보험가입을 거부당했다"며 지난해 5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미 장애가 있는 보험대상자의 보험청약건을 인수심사할 때 단지 장애등급이나 장애유형만을 살필 것이 아니라 보험대상자의 장애정도나 상태, 장애원인, 건강상태 등 제반 조건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결과 A공제회는 이같은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청각장애 2급을 근거로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의 장애등급에 규정돼 있는 장애정도를 유추한 뒤 자체 기준에 따라 '절대사절'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공제회의 해당 보험상품 약관에는 '보장기간 중 사망하거나 여러 신체부위의 합산 장해지급률이 80% 이상이 되는 경우' 사망급여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으며, '보험대상자가 계약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부담보 등 별도 조건을 부과해 인수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이는 '상법 제644조'를 문구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진정인의 보험가입을 거부하기보단 보험계약 전 이미 확정된 진정인의 청각장애를 부담보로 하거나 장해지급률 합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인권위는 "A공제회가 진정인의 보험청약건을 인수심사하면서 진정인의 제반조건을 개별적·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으며, 진정인의 청각장애를 부담보로 하거나 장해지급률 합산에서 제외하고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A공제회에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법령과 규정을 준수해 진정인의 보험청약건을 재심사할 것 △보험심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장애인차별금지와 관련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금융감독원장에게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험사들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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