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24일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지난 2006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 청소년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동영상을 게재함으로써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경영진 3명에 대해 형법상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오스카 마기 판사의 판결이 "기업 논리에 대한 개인적 권리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환영한 반면 구글 측은 "이번 판결은 인터넷을 성립하게 한 자유의 기본 원칙에 대한 공격"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전했다.

이번 재판은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의 임직원이 사생활 침해 혐의로 형법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이탈리아 내에서의 구글 운영 방식에 대한 의미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게시물의 책임성에 관한 광범위한 논란과도 직결돼 있어 주목된다.

기소된 4명 가운데 데이비드 카를 드루몬드 전 구글 이탈리아 회장과 조르주 드 로스 레예스 전 구글 이탈리아 임원, 피터 플라이처 구글 유럽 사생활정책 책임자 등 3명은 사생활 침해 혐의로 집행유예 6개월의 판결을 받았고,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명예훼손 혐의로만 기소된 아르빈드 데시칸 구글 유럽 동영상 프로젝트 책임자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구글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익명의 10대 청소년은 이달 들어 소송을 취하했다. 해당 청소년의 변호인은 철회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양측이 소송 전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청소년의 취하에도 불구하고 밀라노 시청과 이탈리아 다운증후군 단체가 원고가 돼서 소송 절차를 계속 진행했으나, 명예훼손 혐의가 무죄가 되면서 이들의 소송은 기각됐다.

휴대전화로 촬영된 문제의 동영상은 다운증후군인 한 소년이 여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소년으로부터 욕설과 함께 발길질과 조롱을 당하는 내용으로, 지난 2006년 9월 8일부터 같은 해 11월 7일까지 두 달 동안 구글 동영상에 게시됐다.

동영상은 교실로 보이는 장소에서 촬영됐고, 영상에 등장한 청소년들은 16세 안팎인 것으로 추정됐다.

구글 측은 자신들이 장애인 학대를 한 주체가 아니며, 관련 동영상이 구글에 게시되는 것을 사전.사후에 일일이 가려내 삭제할 수 없다면서 우체국을 통해 증오나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우편이 배달됐다고 우체국을 처벌하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글 측의 이러한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의 유죄 주장을 인정했다. 이 동영상은 구글 이탈리아의 `가장 재미있는 동영상'에 게시돼 두 달 동안 5천5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 변호인 줄리아노 피사피아와 주세페 바시아고 등은 명예훼손 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사전 검열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검찰의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며 환영하면서도, 이번 판결이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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