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8일 열린 자신의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권은 국민의 선택으로 창출되는 것이지만 인권탄압을 선택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권은 짧고 인권은 길다.”

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 위원장은 8일 오전 11시 30분 인권위 10층 배움터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같은 말을 남겼다.

안 위원장의 이임식은 정관계 인사들의 참석없이 인권위원을 비롯한 인권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진행됐다.

담담한 표정으로 이임식장에 들어선 안 위원장은 “새 정부의 출범 이래 발생한 일련의 불행한 사태에 대한 강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이임사를 시작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이념적 지향이나 정치적 입장을 떠나,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존중받는 일상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쏟은 노력은 정권교체기의 혼탁한 정치기류에 막혀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1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서 느낀 소감은 적어도 인권에 관한 한 이 정부는 의제와 의지가 부족하고 소통의 자세나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소통부재를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또 “국제적 기준에 따라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소임은 한 사안에서 나라 전체의 균형을 잡는 데 있지 않으며 국가권력의 남용과 부주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일, 그것이 인권위원회의 본연의 소임”이라며 “모든 국가기관을 대리해 약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대해 고언을 제공하는 일, 그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본질적인 임무”라고 인권위 정체성에 대해 밝혔다.

안 위원장은 “특정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도 보도는 정확한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의 기본양식이자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북한인권’이나 ‘촛불집회’ 사건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위원회의 법적 권능에 대한 무지, 오해, 사실왜곡과 같은 부끄러운 언론행태는 불식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론에도 일침을 가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임식에서 안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는 임직원들 중 다수는 눈시울을 붉혔고 안 위원장은 이임사 말미에 목이 메인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으나 담담한 표정으로 이임식을 마무리했다.

지난 2006년 10월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안 위원장은 법정 3년 임기를 4개월 여 남겨둔 지난 6월 30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침울한 표정의 인권위원들. ⓒ에이블뉴스

한 인권위 직원이 안 위원장과 인사를 마치고 나오며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임식이 끝난 후 임직원들과 안 위원장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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