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세계장애인의 날인 3일 오후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장애인들이 장애인 인권보장을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와 투쟁을 외쳤다. 아직 풀어야할 장애인 인권 과제가 너무 많은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의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지난 11월 17일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활동보조예산, 장애인노동권, 장애인연금쟁취공동행동은 제16회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3일 오후 서울시내 도심을 행진하며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쳤다.

500여명의 장애인들과 장애인 부모들은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를 출발해 종로 거리를 지나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오후 5시께 장애인들의 행렬은 종로 3가역 사거리를 지날 때 경찰과 충돌했다. 장애인들은 경찰이 행진로를 확보하지 않아 막혔다고 주장했고, 경찰들은 장애인들이 일부러 도로를 점거해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일부 참가자들이 연행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결국 장애인들의 행렬은 예정했던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도착해 정리집회를 벌이고 있다.

한편 오후 5시30분께 장애인단체 활동가 6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위로 올라가 "반인권적 인권위원 김양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재 장애인활동가들은 현수막을 지키기 위해 옥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장애인공동행동측은 이날 도심 행진 직전 돈화문 앞에서 가진 결의대회에서 2008 장애인 인권 선언문을 발표해 "모든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차별 없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장애인단체들과 정당들은 성명을 내어 이구동성으로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먼저 한국농아인협회는 "대한민국에 농아인들의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농아인협회는 "장애인의무고용률이 공공부문은 2%에서 3%로 확대된다고 하지만 농아인은 공무원 채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대한민국의 공무원 중 농아인은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농아인들의 모국어인 수화를 통한 의사소통 권리를 보장할 것과 1종 보통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도 촉구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1981년 세계장애인의 날이 선포되고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의 현실은 변함없이 비참함과 울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여전히 이맘때쯤이면 차가운 여의도 길 한복판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을 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날을 기다리는 것이 벌써 수년째이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메아리조차 없는 상황에 장애민중들은 절망하고 지쳤다"고 지적했다.

사회당은 논평을 내어 "인권후진국의 오명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가 고소득층에겐 감세정책이란 선물을 그러나 장애인과 사회 약자에겐 복지예산 삭감이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렇듯 장애인 당사자들과 부모들은 세계장애인의 날에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외쳤지만, 반면 장애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의 수장인 전재희 장관은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의 장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복지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어 "전재희 장관이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의 장애인들께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면서 "세계장애인의 날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들의 사회통합의 당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날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세계장애인의 날 하루 전인 2일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장애인권리협약은 외교통상부를 통해 UN사무국에 비준서를 기탁하면 30일 이후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 행진에 앞서 돈화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에 장애인 인권보장을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민중가수 노래공장이 차별에 저항하라고 적혀 있는 무대 위에 올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외벽에 김양원 인권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형현수막을 내걸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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