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에 대해 장애인계가 분노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상에 처음으로 '의무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이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는 정보통신ㆍ의사소통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를 다루고 있다. 조항의 타이틀에서부터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라는 것이 못박혀 있지만, 정부가 신설한 조항은 그렇지 못하다.

⑤ 다음 각 호의 사업자는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ㆍ이용할 수 있도록 출판물(전자출판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 또는 영상물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1. 출판물을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사업자

2. 영화, 비디오물 등 영상물의 제작업자 및 배급업자

이 조항은 서술어는 '노력하여야 한다'이다.

방송법에 따라 방송물을 송출하는 방송사업자 등에게는 수화통역, 폐쇄자막, 화면해설 등의 장애인 시청 편의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란 기간통신사업자에게도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중계서비스, 문자서비스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유독 출판물 사업자와 영상물 사업자에 대해서만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애초 입법예고안에서 '제공해야 한다'가 아닌 '제공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서술어를 집어넣어 장애인계의 반발을 받자, 새로 선택한 서술어가 바로 '노력해야 한다'인 것이다. 복지부측은 이렇게 해놓고도 장애인계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안에 임의조항을 넣은 배경에는 출판물 사업자와 영상물 사업자의 열악한 실정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 안에는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마련돼 있다.

이 조항만으로도 충분히 영세한 출판물 사업자나 영상물 사업자가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인한 부담을 피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애써 임의조항을 만든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로 회부되어 본격적인 심의를 앞두고 있다. 장애인계는 장애인 국회의원들과 연대해 정부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어서 국회 내에서 병합심의를 통해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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