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 무차별적인 통폐합으로 장애인복지정책 포기하는가?

무차별적인 법정의무 사항 정비는 장애인복지정책의 후퇴를 조장할 뿐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보건복지가족분야에 있어 법령상 자치단체에 부과되는 각종 의무사항의 대폭적인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자치단체가 수행해야하는 각종 기본계획수립, 위원회 설치, 실태조사 등 법정의무사항의 통폐합을 통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업무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법령상 자치단체에 부과되는 의무조항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통폐합은 자칫 기존에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들까지 그 기능과 역할들을 약화 시킬 수 있으며, 또 일부 위원회와 실태조사는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업무의 정비만으로 복지서비스의 질을 담보 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오만이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못한 것은 목적에 맞게 적절한 운영을 하지 못한 정부의 의지부족과 적절한 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것임을 볼 때 이번 조치는 지나친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분권화의 가속화로 지역 간 복지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추진방안은 지방정부의 복지 활성화를 도모하기 보다는 복지의 후퇴를 조장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정부의 이번 지방자치단체 법정의무 정비 추진과 관련해 장애계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첫째, 지방장애인위원회를 사회복지위원회로 통합은 장애인당사자의 의견수렴을 배제한 채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장애인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장애문제에 대한 논의 구조의 한계는 너무나 명확하며, 결국 장애인당사자의 의견과 욕구가 배제된 채 껍데기뿐인 정책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또 장애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상당부분 위축될 것이다.

둘째, 편의시설의 설치계획과 실태조사가 매년 실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접근권과 이동권을 보장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태조사와 계획을 현행 1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만 제도를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실태조사의 경우 빠른 사회 환경의 변화로 시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서 시행하려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정책의 추진은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셋째, 지방 장애인복지의 질적 향상과 장애인 상담 등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장애인복지상담원제도가 사문화 되어 있다고 폐지하겠다는 것은 지자체의 불법행위를 정부가 묵인하는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지역의 장애인복지의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함에도 폐지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의 장애인정책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법정의무 정비 추진계획은 지역장애인의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당초 목적에 반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 장애계는 이번 이명박정부의 허울뿐인 정책제시는 장애인복지정책을 축소시키려는 행위로 밖에는 간주 할 수 없으며, 이에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의 법정의무 정비추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수정을 요구하는 바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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