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우리 장애인들은 사회적 약자이지만 동정과 시혜에 의존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으며 사회에 참여하여 당당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장애인의 권리이고, 국가와 모든 국민은 이러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인 중 혹자는 잔존 능력을 발휘하여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며, 또 혹자는 예술인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예술적 감각과 감수성을 발휘하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사회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9월 23일 한 언론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협조공문을 통하여 산하기관에 「장애예술인 작품 우선구매 요청」을 한 것에 대하여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문체부 지원으로 매년 장애인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는 ‘아트페어’란 이름으로 장애인 화가들의 창작물을 전시해 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춘추관을 사용하게 한 것을 장애인에 대한 특혜라고 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제 청와대는 문화의 요람이 되었으니 장애인들이 사용한 것은 다양한 문화의 수용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의 언론 보도에서 이 전시회 작품을 산하기관에서 우선구매하도록 장려한 것이 관치이니, 배임은 아니더라도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과도한 개입이거나 위계에 의한 압박으로 전시회 성과를 올리는 나쁜 관행으로 지적한 것 같습니다.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2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예술인의 창작물을 우선구매하도록 조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 시기가 2023년인데 법 시행 이전에 우수선구매에 관한 협조공문을 보내었으니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입니다.

대한민국의 언론사가 너무나 많고 모든 언론사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어서 언론의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것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언론사를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자가 성찰 기능이 상실된 언론의 홍수 속에 백성들이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사회 정화의 기능과 리더의 기능, 대안 제시의 기능 등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이 보도를 한 언론사가 그러한 기능을 하기 위한 기사라고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장애인계에서 보면 기사 부풀리기나 포장하기, 뒤틀어서 기사만들기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하고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것은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화시켜 국민들의 생각을 경화시키는 것이 언론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우리 장애인계는 혹 국민 중에서 언론에 대한 과도한 신뢰로 인하여 오해를 가지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러한 결과가 나온다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장애인들은 차가운 시선과 차별을 또 경험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구매라는 구체적 시책에 대하여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은 같은 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시책을 강구하는 것을 의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 개정된 법의 홍보가 필요하여 우선구매 제도를 알리고, 협조를 구한 것은 정부의 시책이기도 하고, 현 정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정치인이 개인적 사욕이나 측근의 이권을 챙기는 많은 사건들을 접해 왔습니다. 그러니 조금의 이득이라도 되는 시책들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국민들은 경기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이번 문체부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며, 규정과 절차를 결코 위반하거나 과도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행사는 장애인단체가 개최한 것이나 문체부의 지원사업이었고, 우선구매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내년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의무가 아니라고 하여 해서는 안되는 시책도 아닌 것입니다.

내년이었다면 법으로 시행하라고 했겠지만 아직 시행 전이기에 협조를 구한 것에 불과합니다. 어떤 이권개입도 사적 이득도 취한 것이 없는 단지 장애예술인을 지원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런 보도로 인하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싹트고, 장애인들은 자신감을 잃고 상처를 받을까봐 가장 우려됩니다.

이런 언론의 보도 후의 영향에 대한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점을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게 인식하고 장애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언론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더라도 국민들의 기대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장애예술인들은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산고로 창작된 작품의 가치가 인정되기를 소망합니다. 드라마 속의 ‘우영우’처럼 인기가 있어야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창작활동을 통하여 행복과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삶의 에너지로 삼고 있습니다.

아무런 하자도 없고 문체부의 행사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 정상적인 지원을 폄하한 언론의 한탕 이슈를 만들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적질이 언론의 자유의 만끽이며 권한이라는 오만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공공기관장 개인이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구매한 사실까지 강압이 작동한 것으로 몰아가는 비인간적인 보도는 구매자와 작가를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자존감 파괴의 역할 외에는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습니다.

장애인들이 사회적 약자가 되어 저임금과 차별 속에 허덕이면서도 가쁜 숨을 쉬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우리 장애인들은 언론이 만든 편견의 조장된 사회 속에 이제 지쳐갑니다. “가슴에 꽂힌 말은 소멸시효가 없다”고 하였으나 이 말 또한 편견이길 바랍니다. 장애인들의 외로운 예술활동은 황무지였으나, 이제 정부의 지원으로 언 땅을 조금씩 녹여가고 있습니다.

우리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창작물이 홀대받지 않고 고유한 값어치로 인정되는 사회, 누구나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국민 여러분들의 진심이 필요합니다.

자극적인 언론의 내용보다는 가슴의 울림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국민 여러분을 믿습니다.

2022년 10월 11일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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