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 남양주에 사는 아들 A(29) 씨가 아버지 B(60) 씨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4월, B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경찰에 신고했으며,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잠시 아버지와 싸웠을 뿐”이라고 말했고 경찰은 돌아갔다.

A씨는 조현병 당사자로 수 차례 입·퇴원을 했고, 퇴원할 때마다 임의로 약 복용을 끊었다. A씨는 B씨가 강제입원을 시켰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하겠다는 욕설을 방 벽에 써놓기도 했다. 그 후 지난 5일 존속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응급상황 발생 시 이용할 수 있는 정신 응급시스템의 부재는 계속하여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당사자가 회복할 수 있는 응급시스템 및 지역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국가책임제로 도입하여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신 위기 상황 발생 시 응급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여 폐쇄병동에 입원시키는 의료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

이와 같은 강제 치료는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강압 치료를 받은 당사자의 일부가 가족에게 보복하는 위와 같은 사건을 발생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응급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급성기 문제를 당사자와 가족이 책임지고 있다는 말이다.

부모 부양·치매 등 국가책임제가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질환자에 관한 인식은 여전히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개입과 책임은 이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책임져야 한다. 다만, 국가책임제 도입 시 중점을 두어야 할 점은 강제입원이 아닌 ‘치료환경개선’과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다.

국가책임제 도입 시 중점과제

우리나라의 급성기 위기 대응은 강박, 입원, 약물 투여를 통해 사람을 진압하는 방식이다. 치료환경은 강압적이고 비인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치료를 경험한 당사자들은 인권침해를 경험할 뿐 아니라 퇴원 후 지속적인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퇴원 후 오히려 악화되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응급시스템을 국가책임제도로 도입할 경우 당사자 응급상황 발생 시 비인권적인 치료시스템에 당사자를 가둬두는 강제입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당사자 활동가는 “지역사회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로 국가책임제가 도입된다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이 병원으로 이송될 것이다. 그렇게 될 거라면 감옥에 보내는 게 더 낫지 병원에 보내게 되는 시스템은 더 열악한 상황을 만들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제대로 개선되어 있지 않고, 국가의 체계도 미비한 상태에서 국가책임제가 도입된다면 대부분 입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당장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예방하고 당사자의 인권보장을 위해서 국가책임제는 정신질환 치료환경 개선, 공공 응급병상 확보와 이송 체계 구축,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 체계 구축을 목표로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응급 환자를 병원에 이송해 강박이나 강제 약물 투여 등을 통해 폐쇄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나 병원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입원 외의 특별한 대안이 없어 입원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인프라를 구축하여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먼저 정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을 통한 지역사회 정착 제도 마련

2018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하지 않는 이유 1위는 “퇴원 후 살 곳이 없기 때문(24.1%)”으로 나타났고, 2018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재활시설 및 지역사회 재활기관을 이용하는 등록 정신장애인 중 주거가 불안정한 정신장애인은 전체 이용자의 12.3%(11,212명)로 나타났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주거취약계층임을 나타내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위의 조사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써 실제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인원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클 것이다.

퇴원, 재활시설 이용 시기에도 주거취약계층으로 나타나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혼란을 느낄 급성기에는 어디로 갈 수 있을 것이지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당사자 활동가는 “주거시설, 쉼터, 취업 등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인프라가 많이 구축되길 바란다.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19년 전체인구의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인데 비해 장애 인구 고용률은 34.9%였으며, 이 중에서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20.9%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 중 장애유형별 고용률을 보면 안면장애(59.0%), 지체장애(44.3%), 간장애(44.0%) 순으로 정신장애는 11.6%로 전체 장애 유형중에서도 가장 낮다.

더불어 2017년 기준 정신장애인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률(생계급여)은 54.7%로, 전체 장애인의 생계급여 수급률인 15% 대비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초생활수급자가 66.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유형 중 생활수준이 유독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주거취약계층일 뿐만 아니라 고용기회 박탈로 인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소득보장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할지언정 국가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의 급성기 발현 시 위험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강제입원을 시키는 방법만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는 회복을 위한 다양한 영역의 선택권을 원한다. 쉼터, 주거시설, 취업, 동료상담 등 당사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선택지와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다. 국가는 응급입원 외에 지역사회 인프라를 구축하여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치료환경 개선을 기반으로 한 응급시스템을 운영하여 이러한 사건들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1년 5월 24일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대문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사회협동조합 마인드포스트, 희망바라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초열린세상,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한국조현병회복협회(심지회),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활동가협회

*에이블뉴스는 각 단체 및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명과 논평, 기자회견문, 의견서 등을 원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재를 원하시는 곳은 에이블뉴스에 성명, 논평 등의 원문을 이메일(ablenews@ablenews.co.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