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또다시 발달장애자녀를 돌보던 어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청주에서 발생하였다. 최근 청주에서 실종된 40대 여성이 나흘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되었는데, 그녀는 발달장애자녀를 키우던 어머니였다.

그녀는 늦은 밤 자녀를 재우고 집을 나선 후, 실종 나흘 만에 숨을 거둔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유서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혼내는 자신을 혐오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등 자녀의 장애에 대해서 자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상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에게는 가족 중 최소 1명이 온전히 자신의 일상을 희생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은데, 그녀도 자녀의 양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몬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3월과 6월에는 각각 제주도와 광주에서 발달장애자녀와 그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8월과 9월에 연이어 10월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아파트 9층 베란다 창문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올해 2월에도 서울 서대문구에서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지원체계의 미비로 인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가 구축되어 있었다면, 이러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오늘, 살아 있을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4년 4월 제정돼 2015년 11월부터 시행되었다. 이때만 해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해당 법률을 통하여 ‘가족’ 중심에서 ‘국가’ 중심의 지원체계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법률에 명시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필요한 예산도 배정하지 않는 등 이 법률의 시행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식, 삼보일배, 농성 등의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였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에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처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41,614명으로 전체 장애인구의 약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2010년 7.0%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의 약 80%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정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며, 41%는 일상생활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1:1 일상생활 및 집단적 낮시간 지원서비스 총급여량의 부족으로 인하여, 사실상 발달장애인의 가족이 지원에 대한 책임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그 답은 명확하다. 현재와 같이 발달장애인 지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죽음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이러한 끔찍한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우리는 정부에 요구한다. 정부는 지원의 책임을 지금처럼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도입하라! 오늘도 약 24만 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안전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청주의 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정부의 답을 얻기 위해 오늘도 투쟁을 이어가겠다.

2021년 5월 4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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