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언론을 통해 대전에 있는 복지기관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폭력 사건이 다루어졌다. 폭력을 가한 원장은 훈육(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여 놓았고, 기관을 이용하는 몇몇 부모는 그럴수도 있는 일이라면서 폭력을 가한 원장을 두둔하였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폭력 사건은 비단 기사화된 복지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많은 교육‧복지 기관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건을 자주 접할 수 있으며, 폭력 가해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훈육(교육)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만 늘여 놓는다. 그리고 그 기관을 이용하는 부모들 중 일부 혹은 다수는 폭력을 두둔한다. 왜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폭력과 그 폭력을 옹호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가장 먼저 우리사회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일상생활 지원인 활동지원서비스는 평균적으로 하루 3~4시간에 불과하여 그 지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사회생활은 주로 낮 시간 복지기관 등을 이용하는 것, 그 이상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복지기관도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 다수 존재한다.

보건복지부는 성인기 발달장애인 17만명 중 어떤 복지기관도 이용하지 못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발달장애인이 4만 5천명이나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관련부처 합동, 2018).

이렇게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에서 복지기관은 ‘절대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때론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슈퍼 을’일 수밖에 없는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는 폭력을 묵인하거나 폭력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왜냐면 복지기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복지기관이 문을 닫거나 발달장애인이 소위 말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 복지기관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고 그 지원을 오롯이 부모가 짊어져야 한다는 불안감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제공인력에 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복지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제공인력은 대부분 사회복지사이다. 하지만 사회복지 교육과정 어디에서도 발달장애인복지에 관한 수업은 찾아볼 수 없으며, 한 학기 편성된 장애인복지 관련 수업에서 그것도 잠깐 언급되는 정도이다.

이런 교육과정을 밟은 사회복지사가 만약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도전적 행동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복지기관에서 만나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할 때 발달장애인의 필요를 파악하고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제공인력의 문제는 비단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만의 문제는 아니며,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에게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세 번째 이유로 서비스 제공방식에 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복지기관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다수의 발달장애인을 한 공간에 모아 제공인력 한명이 서비스를 지원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복지기관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를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회와 분리된 공간에서 발달장애인을 모아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찌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를 향상하기 위한 것인지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발달장애인은 개인마다 지원의 정도나 필요도가 다 다르다. 즉 어떤 이는 거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일상생활 대부분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지원의 정도나 필요도가 다른 다수의 발달장애인을 한명의 제공인력이 지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거리에서 복지기관에서 지역사회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나온 성인기 발달장애인이 일렬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러한 열악한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을 통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통제 기제로 가장 손쉬운 방법인 억압과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마지막으로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지원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대부분 복지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제공인력에 의한 폭력 사건은 도전적 행동이 있는 발달장애인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모든 발달장애인이 소위 말하는 도전적 행동을 표출하는 것은 아니다. 도전적 행동은 단순한 문제 행동이나 과격한 행동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필요가 충족되지 않거나 생활 루틴이 무너져서 스트레스 쌓이는 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으며, 이때 적절한 행동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최근 전국 8개 지역에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을 기반으로 행동발달증진센터가 생겼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병원 기반으로 설치‧운영되어 복지기관에서 발생하는 도전적 행동의 문제를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도전적 행동에 대한 지원 방법을 전혀 모르는 복지기관의 제공인력은 발달장애인이 도전적 행동을 표출할 때 적절히 지원할 수 없으며, 이때도 가장 쉬운 무력에 의한 폭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교육‧복지 기관에서 발생하는 폭력사건은 단순히 제공인력의 자질 문제가 아니며 우리사회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가 부추기며 조장하는 문제인 것이다.

고로 더 이상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반인권적인 폭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발달장애인 교육‧복지기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전문 제공인력 양성이 필요하며, 도전적 행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Money follows the person’이 아니라 ‘Personal assistant services follow the person’, 즉 발달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일상생활 지원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서비스를 복지기관 등을 이용할 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간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동시에 발달장애인만을 모아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특정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소규모 혹은 개인별로 지역사회 공간을 이용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지원체계가 재구축되었을 때 비로소 발달장애인에 대한 통제와 폭력을 조장하는 지원체계가 아닌 발달장애인의 인권과 사회참여가 보장되는 지원체계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월 26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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