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10월 15일, 최초의 6점식 한글점자인 《훈맹정음》의 제작·보급 유물과 점자표·해설 원고 등 총 64점의 유물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였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활용하여 읽고 쓰기가 가능하도록 고안된 시각장애인 고유의 문자로, 프랑스 사람 루이 브레일이 1822년 세계 최초로 고안하였다.

훈맹정음》은 일제강점기 하에서 제생원 맹아부 (현재 국립서울맹학교) 교사였던 송암 박두성 옹이 1926년 11월 4일 반포한 6점식 한글점자이다. 당시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은 교육을 받기 위하여 일본어점자를 어쩔 수 없이 익혀야 했다. 이를 매우 안타깝게 여긴 박두성 옹이“조선인은 조선어를 배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몇몇 제자들과 함께 3년여의 연구 끝에‘6점식 한글점자’인 《훈맹정음》을 반포하게 된 것이었다. 일제의 서슬이 날카롭던 시절 한글을 표기하는 점자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은 박두성 옹이 독립운동정신을 가지고 이 일을 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한글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위태로운 상황이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점자 사용 환경개선과 점자의 체계적 보급 및 보존을 목적으로 《점자법》이 제정되었으나, 여전히 점자 사용 환경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 《점자법》제4조에서는‘점자는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이며,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공공기관 등은 입법·사법·행정·교육·사회문화적으로 점자의 사용을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 등에서는 점자문서의 사용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부하는 실정이고, 학습자료·선거 공보물·의약품 등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점자사용의 차별은 해소되고 있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법원행정처가 소송 관련 자료를 점자 등으로 제공하기로 하였으며, 일부 제약사 등에서도 몇몇 의약품과 마스크 등에 점자표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훈맹정음》의 문화재 등록을 계기로 점자가 막연히 시각장애인의 문자가 아닌 독립운동정신의 유산이라는 점을 국민 대중이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대한민국에서 한글점자의 사용 환경이 개선되어 시각장애인들이 한글점자를, 비시각장애인들이 한글을 자유로이 사용하듯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한글점자의 사용을 거부·방해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말고, 한글점자 사용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체계적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연합회는 50만 시각장애인과 더불어 《훈맹정음》의 문화재 등록을 환영하며, 송암 박두성 옹의 독립운동정신을 이어받아 한글점자가 문자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훈맹정음》의 문화재 등록을 위하여 노력하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을 대표하여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20년 10월 16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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