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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가슴에 대못 박은 서울중앙지방법원 강력히 규탄한다

[성명]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9월 25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9-25 09:28:18
불법무자격마사지업자 무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시각장애인의 ‘피눈물’ 안 보이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9월 22일, 자격 없이 안마사 업무를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업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0. 9. 22. 선고 2020 고정 106 판결)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자립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시각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 같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안마나 마사지 시장의 수요에 비해 자격안마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미명하에 시각장애인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유보직종인 안마업에 국가적 책무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자아실현, 사회참여를 무시한 불법무자격 마사지업자의 무죄 선고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다.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안마사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불법무자격 마사지업자들의 위헌제청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불법무자격 마사지업소들과의 경쟁 등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100년간 이어온 안마사제도를 발전시켜 시각장애인들의 건강한 직업재활 제도로 승계해 나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얹힌 개탄스러운 판결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이후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고, 맹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는 등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생존직종으로 육성해왔던 터라 판결의 후폭풍은 거세다. 200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서울 마포대교에서 장기농성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분신ㆍ투신자살 등 비극이 잇따랐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위헌 판결 3개월 만에 국회는 시각장애인만 안마를 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이 아닌 법에 아예 명시를 하는 내용으로 의료법을 개정했다.

개정 의료법 시행 후 비장애인 마사지사들의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헌재는 4차례(2008년, 2010년, 2013년, 2017년)에 거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한 2013년과 2017년 재판부는 “시각장애인 안마제도는 단순한 생계보호를 넘어 시각장애인이 안마시술소를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비장애인이 안마시술소를 개설할 수 없게 된다 할지라도 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비장애인의 사익이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각장애인 생존권이 비장애인 직업선택의 자유나 행복추구권보다 앞선다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인 안마업을 보호해야 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보건복지부령인 안마사에 관한 규칙이 '안마사의 업무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해 비시각장애인은 아예 안마업을 하지 못하게 했고, 나아가 국민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마저 침해했다'는 이유로 엄연히 의료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무자격 안마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는 판사가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에 근거하여 독단적으로 내린 판결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판결이며 판사로서의 직권을 남용한 판결이다. 우리나라 어느 판사에게도 스스로 법령을 뛰어 넘어 판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고, 시장의 수요가 넘치면 법령이 금지하고 있어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선례를 남긴 최악의 판결이다. 법률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다수가 합의하여 지켜야 하는 약속인데 이번 판결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동체의 약속 보다 시장의 수요가 더 중요하다는 그릇된 정의를 보여 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안마사 제도를 통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고, 우리에게 직업을 제공한 국가와 사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살아 왔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했다. 항소심법원은 우리나라 5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의 고통을 헤아려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상처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5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원심 판단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며,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도 4차례의 합헌으로 이를 재확인한 것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무너뜨린 시각장애인 생존권과 자아실현, 사회참여권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밝힌다.

2020년 9월 25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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