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73돌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하여 한글을 창제, 반포한 날이다.

한글의 창제는 독창적인 문자를 만들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억눌려 살았던 백성들에게 지식이라는 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드러낼 수 있는 힘을 부여했던 것이다.

2011년 이후 우리는 농교육 개선과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운동을 했었다. 억압받던 수어를, 그늘에 놓여 있는 농인들의 삶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운동이었다. 운동과정에서 매년 한글날이면 서울 세종로 세종대왕상 앞에서 고사를 지내곤 했다.

고사를 지내면서 “훈민정음(訓民正音)”과 같은 “훈농수화(訓聾手話)”를 실현시킬 수 있게 빌기도 했다. 573년 전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하여 한글을 반포했듯 농인들이 수어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세상, 수어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이다.

이러한 운동들이 모여 2015년 12월 31일 한국수화언어법(한국수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듬해 법률이 공포, 시행되었다. 한국수어법이 공포된 지 3년이 된다. 하지만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일상생활 등에서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정부 정책도 언어교육에 치중하여 수어를 기반으로 한 농인들의 권리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또 다른 언어로서 “수어”를 선언하기 위한 작업은 필요하다. 그런 작업 가운데 하나가 “수어의 날” 제정이다.

한국수어법 제17조에는 “국가는 한국수어의 날을 정하고, 한국수어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기 위하여 기념행사 등을 추진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다.

법률이 2016년 2월 3일 공포되었으니 2017년도에는 한국수어의 날이 지정되었어야 했다. 법률 시행 원칙상 그렇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도 한국수어의 날은 오리무중이다.

우리는 한국수어법 제정 운동 당시 수어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 농인 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제정되길 원했다. 대다수의 농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를 알아야 한다. 한국수어법 제정 당시의 농인들의 열망을, 현재의 농인들의 삶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신을 최소한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한국수어의 날”지 정은 빨리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또 다른 언어가 있다는 것을 공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하여 누적된 농인들의 차별을 줄이고, 농인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9년 10월 9일, 한글날에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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