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들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발표한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에 동의한다.

첫째,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과 거점 정신재활시설을 통한 지역사회사례관리 강화에 적극 찬성한다.

둘째,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을 통한 24시간 정신응급 대응체계 구축에 찬성한다.

셋째, 자·타해 위험으로 인해 비자발적 치료를 받는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치료비 지원에 찬성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정부의 조치방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정부의 성찰과 재검토를 요구한다.

첫째, 정부의 금번 위기대응 방안은 비자발적 입원치료를 통해 응급상황을 벗어나는데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이 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입원치료를 위한 조치와 당사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들을 간과하면서 지역정신건강의 보편적 가치와 원칙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둘째, 정부는 정신과적 응급상황을 예방하고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돕는 지역 내 정신재활인프라 확충방안을 실질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진주 및 마산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건은 경남지역이 정신재활서비스 불모지라는 사실을 시사함에도, 지방정부가 시설확충에 대한 어떤 책임도 방기하는 현 상황을 개선할 중앙정부의 의지와 책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셋째, 정부는 낮병원을 확충하고 병원 기반 사례관리를 제공하면 조기치료, 지속적 치료 및 재활, 조기퇴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으로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와 사회복귀를 지향하는 정신건강복지법의 취지에 반하고 있다. 병원기반 사례관리는 정신장애인의 삶이 의료적 지원만으로 충분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정신장애인의 주거, 직업,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지역중심의 사례관리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며, 낮병원의 재활서비스는 지역 내 정신재활기관의 주간재활서비스와 중복적일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활동이나 참여를 저해하는 불이익을 초래한다.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서비스를 지원해야할 비용이 병원의 의료비로 투입되는 것에 대해 정신장애인 탈원화와 사회복귀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 속에서 입원치료나 가족돌봄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상황에 대해 정부는 각성하고, 여론에 떠밀려 기존의 치료시스템을 강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는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의 치료 및 재활, 복지에 대한 권리 보장과 완전한 지역사회통합 및 자립생활지원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정신건강복지정책의 기본 가치와 방향이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의 인권, 회복, 탈시설 및 지역사회통합에 있음을 명확히 천명하여야 한다. 이러한 가치가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과 정신건강복지법, 정신건강 및 장애인복지에 관한 국제규범이 지지하는 바른 가치이기 때문이다. 몇몇 불행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은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하는 범죄자 또는 예비범죄자가 아니라 치료와 재활을 필요로 하는 국민이며, 지역사회에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권리를 지닌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는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돌봄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도록 사회재활, 직업재활, 주거서비스 등 정신재활서비스 확충을 위한 재정확보 및 지방자치단체 책무성 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이 정신건강복지법에 위임한 정신장애인 재활서비스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확충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개적인 차별이며, 대통령께서 추구하는 ‘상생하는 포용사회 구현’에 반하는 일로 장애인당사자와 가족, 시민사회단체, 국제 장애인권리옹호단체 등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병원기반 사례관리 및 낮병원 확충이 아니라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거점 정신재활시설을 통한 집중적 사례관리서비스를 확충하여야 한다. 정신의료기관은 지난 20 여 년 동안 저렴한 의료수가 등을 문제 삼으며 효과적인 치료모델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 그로 인해 선진각국에서 평균 1개월 내외의 입원기간 내 치료를 완료하고 퇴원을 촉진시키는데 비해 여전히 평균 95일 정도의 긴 입원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3년 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및 정신건강복지법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평균 145일 내외의 장기입원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의학계가 단기입원 혹은 단기집중치료를 개발하여 장기입원을 해소하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등록 정신질환자 전수조사 및 일제점검과 같은 반인권적 조치를 철회하고 낮병원·병원기반사례관리와 같이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최근의 대책들에 대해 각성하기를 바라며, 정신장애인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포용적인 인권기반의 종합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19년 5월 27일

정신건강복지학계 및 사회복지학계 학자들 10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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