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울산에서 시각장애(3급)를 가진 7살 아들의 엄마가 아들이 내년에 입학하게 될 초등학교를 미리 둘러본 일로 해당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추궁’ 전화를 받고 심한 모욕과 억울함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먼저, 공문 한 장으로 인해 엄마, 아내, 딸, 며느리를 잃게 된 유족 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김 씨는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울산시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장애어린이 초등학교 적응훈련 프로그램을 이용, 사전에 학교방문 요청 공문을 팩스로 보내고 당일 날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특수교사 및 김 씨의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특수교사와 동행하여 해당 학교를 방문하였다.

김 씨는 방문 전날 해당학교 특수교사에게 전화해 방문계획을 알렸고, 학교를 방문해서는 이 특수교사의 안내로 장애아동 특수반 수업을 참관하고, 특별 제작된 교과서도 받아 왔다.

그런데 이 날 해당 교육청 장학사는 김 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김 씨가 외부인에게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특수반 교실을 무단으로 출입한 양 추궁하고, 해당 학교에선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하며 김 씨를 몰아 세워 김 씨는 장애아를 두어 당하는 모멸감과 설움이라 여겨 극단적으로 자살했다.

이는 장애아를 둔 부모가 평소에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지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며, 더욱이 장학사의 전언에 따라 학교가 받지 못했다고 하는 김 씨가 보낸 공문은, 김 씨가 숨진 뒤 경찰조사과정에서 학교 팩스의 송수신 이력으로, 학교가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행정이 얼마나 허술하고 기초도 지켜지지 않는지 잘 알 수 있다.

열악한 특수교육환경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입학에 앞서 학교를 답사해보고 사전 조사하는 것은 부모로써 너무나도 당연한 행위이다. 또한 학교를 방문하기에 앞서 절차상 필요한 모든 행정 처리도 문제가 없었음이 명확해진 만큼 울산 교육감은 금번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장애학생 신상보호라는 명목 하에 부실한 탁상공론을 일삼는 사건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인사조치하여야 하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내 해당 관련자들을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할 것을 촉구한다.

2014년 12월 8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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