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각장애인이 조계사에 갔다가 차별을 경험했다며 상담을 신청해왔다.

지난 17일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린 ‘빈곤문제 해소를 위한 2014년 시민초청 무차대회’(이하 무차대회)을 보러 갔었는데 그냥 돌아왔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초청한 자리임에도 행사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무대(단상)에 수화통역을 세우지 않은 것은 물론, 청각장애인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었다는 것이다.

무차대회는 승려나 세속 사람을 비롯한 모든 중생들이 차별 없이 참석하여 법문을 듣는 자리라고 한다. 불교계는 올해 무차대회는 “빈곤으로 기본적인 생존을 위협받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지쳐있는 이들을 초청해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듣고 위로하고 부처님으로 모시는 소통과 환대의 마당”(보도자료 인용)으로 꾸몄다 한다.

무차대회를 통하여 가난한 이, 장애인, 쪽방주민, 빈곤어르신, 거리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불교계의 노력이 보인다. 문제는 이런 취지의 무차대회에서 차별의 감정을 가졌던 청각장애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이 불교행사에서 느꼈던 차별감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렸던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에서 수화통역을 하는 이를 단상이 아닌 행사에 참여한 군중(대중) 속에서 통역하게 하여 조계사를 찾았던 한 청각장애인이 차별을 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한다.

불교계가 장애인에 대해 소홀한 것은 이런 것만 아니다. 불교의 시설에 장애인들이 가고 싶어도 물리적인 장벽, 소통의 한계, 정보제공이 취약함 때문에 접근조차 못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부처님의 자비 실천을 거론하기에 앞서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라 할 수 있다.

종교시설이라고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종교시설이기는 하지만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로서,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로서 법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차대회를 준비한 측에서는 수화통역을 안한 것과 관련하여 청각장애인이 수화통역을 미리 요청하지 않아서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강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을 논하기에 앞서 조계사 주변에 장애인단체들이 있고, 사찰에 청각장애인들이 자주 오가는 것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이번 무차대회는 장애인단체를 초청한 자리였으니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경 올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동장애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애인들이 불교의 의식과 배품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 자체가 차별이 아니겠는가.

이번 무차대회를 통하여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더 다가가려는 불교계의 움직임에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도 불교계가 무차대회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소외계층을 향한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이 불쌍한 이웃을 감싼다는 시혜적 관점이 아닌 ‘평등’, ‘인권’의 관점에서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을 바라보고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무차대회를 비롯하여 봉축행사 등 군중(사부대중)이 모이는 불교계 행사에는 반드시 수화통역사를 단상에 배치하고, 이동장애인들의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도 마련하였으면 한다.

이를 통하여 장애인들도 불교행사에 참여하고 부처님의 배품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더 나아가 불교계가 민간기관보다 더 엄격하게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률들을 지키려는 모습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럴 때라야 소외계층을 향한 불교계의 활동들이 더욱 빛이 날 것이고, 불교계가 지향하는 정토세상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22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에이블뉴스는 각 단체 및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명과 논평, 기자회견문, 의견서 등을 원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재를 원하시는 곳은 에이블뉴스에 성명, 논평 등의 원문을 이메일(ablenews@ablenews.co.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