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8월 1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부산바다축제’가 개최되었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수화통역사가 무대 위에서 사회자와 출연자들의 발언을 수화로 통역하여 농인(청각·언어장애인)들에게 전달하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수들이 노래를 하는 동안 수화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관객들이 함께 즐기는 흥겨운 축제의 자리에서 농인들은 또다시 방관자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축제 관계자는 “랩이나 빠른 노래는 수어(수화)로 통역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대중 행사를 할 때, 노래를 수어(수화)로 통역하는 행사는 없다.”고 이야기하며 농인과 수화통역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었다.

수화통역은 농인에게 청인과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상황과 과정을 전달하는 전문적인 과정으로, 그저 행사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수화통역을 제공 자체에만 의의를 둘 뿐 수화통역에 대한 이해나 수화통역을 어떻게 준비하고 제공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그로인해 심지어 수화통역사가 화자로부터 멀어져 무대 한쪽 구석에서 수화통역을 하거나 수화통역이 생략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화통역을 통해 농인에게 청인과 동등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인이 화자와 통역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공간에 수화통역사를 배치시켜야 하고, 충분한 조명을 통해 수화가 농인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며, 수화통역사에게는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져야 한다.

이번 ‘부산바다축제’의 경우 출연자의 면면이나 출연자 공연에 대한 사전정보가 미리 통역사에게 제공되었더라면 공연 중간에 수화통역의 생략 없이 청인들과 동등한 정보가 농인에게 제공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산바다축제’와 같은 축제의 장에 농인들을 위해 수화통역이 제공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몇몇 관계자의 몰이해로 인해 애써 준비한 수화통역의 빛이 바랜 것에 본회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향후로는 이와 같은 행사를 기획하는 주최 측이나 진행하는 담당자가 농인과 수화통역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화통역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여 농인들도 행사에 동등한 주체로써 적극 동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본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농인과 수화통역에 대한 이해가 확립되어 향후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많은 문화·예술관련 행사에서 올바른 수화통역이 제공되어 농인의 문화향유권이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4년 8월 11일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에이블뉴스는 각 단체 및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명과 논평, 기자회견문, 의견서 등을 원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재를 원하시는 곳은 에이블뉴스에 성명, 논평 등의 원문을 이메일(ablenews@ablenews.co.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