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향해 최루액을 난사한 경찰을 규탄한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매년 장애계는 4월 20일을 맞아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권리보장을 향한 장애인의 요구를 주장해 왔다. 지난 4월 20일도 어김없이 장애계는 낮 12경부터 ‘희망고속버스’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 날 ‘희망고속버스’ 행사는 사전에 정당하게 표를 예매한 200명의 장애인이 20대의 고속버스에 10명씩 탑승을 하는 행사였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인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리는 몸짓이었다. 이 행사의 목적은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명시되어 있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 대한 정당한 접근권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사 참가자들이 표를 예매한 고속버스 중 가장 먼저 출발하는 대전행 버스(12시 20분 출발, 경부선 11번 홈)에 탑승하러 가려고 하자, 경찰은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병력을 동원하여 11번 홈 앞에서 장애인들을 방패로 막아섰다. 그리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항의하는 장애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난사하였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이 얼굴에 최루액을 맞아 극심한 고통과 호흡곤란에 시달려야 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서초경찰서의 서장과 경비과장에게 고속버스 표를 예매하고 버스를 타러 가는 시민들을 무슨 근거로 막는지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경찰의 이 같은 공권력 행사가 명백한 위법임을 지적한다.

첫째, 고속버스 표를 산 사람이 그 버스를 타려는 것을 막을 근거는 없다. 경찰은 장애인들을 제지할 상황이라 판단하였다면 명백히 그 근거를 밝히고 공무를 집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제지의 근거를 묻는 장애인들에게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위법함을 자인하였다.

둘째, ‘최루제 및 그 발사장치’는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찰장비’로, 경찰장비는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안에서 이를 사용하여야 한다(경찰장비의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 제3조). 다시 말해 경찰이 최루액과 같은 경찰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다른 방법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 국한되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다수의 병력으로 장애인들을 충분히 제지하고 있었으므로, 최루액 살포는 그 자체로 사용기준을 어긴 위법행위이다.

셋째, 백 번을 양보해서 경찰이 최루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경찰은 통상의 방법대로 최루액을 살포하지 않았다. 경찰관은 우선 최루액 사용을 경고하고 분사하여야 하고, 필요한 부위에만 최소한도로 분사하여야 한다(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 분사기운용지침). 그러나 경찰은 스스로 얼굴을 닦을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얼굴을 향해서도 최루액을 살포하였는데,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넷째, 경찰관은 불법집회를 해산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장애인에 대하여는 우선적으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직무규칙 제87조 제2항). 당시 상황은 불법집회가 아니었지만 경찰은 해산을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였고, 안전조치는 전혀 없었다. 경찰의 물리력 행사는 그 자체로 위법하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역시 위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 철폐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을 향하여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최루액까지 난사하는 경찰은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정상적인 공권력이라고 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경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경찰청장의 사과와 위법행위를 저지른 서초경찰서장과 경비과장에 대한 징계를 촉구한다.

2014. 4. 22.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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