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SBS는 수화 다큐멘터리 ‘소리 없는 세상 밖으로’를 방영한 바 있다. 이 방송은 국제장애인올림픽에서 의수·의족 제작부문 금메달을 수상한 농아인 이재선씨가 캄보디아 농아인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수화통역이 제공되었다.

이날 방송에서 제공된 수화통역은 기존의 수화통역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 방송 수화통역은 송출 화면의 우측 하단에 별도의 화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화면의 1/16 정도의 작은 크기로 방송되기 때문에 농아인들이 수화통역을 통해 방송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불만이 많았다.

반면 SBS ‘소리 없는 세상 밖으로’의 수화통역은 화면의 10% 정도의 크기를 차지하며, 크로마키 기법을 통해 화면에 삽입되어 화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농아인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송 수화통역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었으나, 이미 해외에서는 정착되어 있는 방식이다.

영국 BBC의 경우 모든 수화통역 방송이 화면의 1/6 이상을 차지하며,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수화통역에 대한 ITC 기준(ITC guidelines on standards for sign language on digital terrestrial television)’에서는 시청자가 “수화통역사의 팔, 손바닥, 손가락, 어깨, 목, 적절한 표정과 동작”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적절한 크기의 수화통역화면을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방송 수화통역과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에서 한글자막 및 수화통역의 제공 의무만을 규정했을 뿐, 수화통역 제공 방식에 대한 규정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한국농아인협회는 그동안 이러한 방송 수화통역의 문제점을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며 방통위에서 이를 수용하여 스마트폰 TV에서 농아인 사용자가 방송 수화통역의 화면크기를 조절 할 수 있는 방식을 준비 중에 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농아인 시청자의 방송접근권 보장을 위한 이번 SBS의 방송 수화통역 방식을 환영하며, 이것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방송 수화통역의 제작 기준에 대한 모범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와 각 방송사는 고시에 명시된 기준의 양적 달성뿐만 아니라 농아인이 불편 없이 TV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도록 장애인 방송의 질적 향상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정책에 반영하여 주기를 요구한다.

2013. 5. 29.

한국농아인협회장 변 승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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