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예산 삭감과 복지정책의 퇴보를 규탄한다.

춘추(春秋)시대 송(宋)나라 저공(狙公)이 2010년에 또 다시 출현하게 된 것을 개탄치 않을 수 없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간교한 꾀로 원숭이를 희롱하는 짓과 다름없는 장애인예산 삭감의 날치기 통과는, 가히 장애인을 무지한 원숭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장애인은 조석(朝夕)으로 앞뒤만 바뀌는 도토리 개수에 울고 웃는 원숭이가 아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최종예산의 ‘기초장애연금’ 3,185억원을 예결위에서 1,519억원으로 삭감하여 현재의 장애수당과 거의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작금(昨今)의 ‘기초장애연금’이 어떻게 장애인을 위한 소득보장제도라 할 수 있는가? 이는 현재의 장애수당제도를 교묘하게 이름만 변경하여 마치 대단한 복지정책이라도 펴고 있다고 생색내려는 정부의 계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형평성을 운운하며 기초노령연금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정책수립이, 바로 이 나라 현정부의 수준인 것이다. 형평성을 가지고 비용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면, 모든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상자 및 예산의 철저한 비교로 복지정책이 만들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금액비교만으로 일괄 적용하려는 정부의 무지함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런 MB정권의 행태는 복지정책의 대상자인 사회적 약자를 국민의 한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소문의 반증이 될 뿐이다.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역행 또한 이해하기 힘든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모자란 시간이나마 활동보조서비스로 실낱같은 삶을 지탱해오던 중증장애인에게 신규신청을 금지한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은 어떠한 말로도 장애인에게 위안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 거꾸로 가는 복지가 있을 수 있는가? 복지정책은 개선(改善)이 되어야지 개악(改惡)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초적인 생존(생활이 아닌)을 위한 보장을 바라는 장애인을 상대로, 정부는 이름만 바꿔치기한 어줍은 복지정책과 수자놀음으로, 그리고 또 어이없는 날치기 예산삭감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소속감마져 빼앗고 있다.

현정권의 정책집행은 많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게 심판의 칼날을 쥐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복지국가를 표방하며, 전에 없던 복지예산의 증액을 놓고 마치 복지정책의 커다란 발전이라도 되는 냥 떠벌이고 다니던 MB정권의 기만적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의 치적사업을 위한 것을 제외한다면, 실제로 늘어났다고 느낄 수 있는 증액분은 거의 없음을 알 것이다. 현정권을 평가하게 될 후대의 기록은 결코 치적사업만으로 업적을 평하진 않을 것임을 왜 모르는가? MB정권의 힘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엄청난 예산을 쓰며, 겨우 삽질이나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길 바란다. 기습적인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하게 된 MB의 급한 마음은 일순 헤아릴 순 있겠으나, 예산의 증감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하는 정부의 태도가 어찌 복지국가를 논하는 자의 태도란 말이다.

‘가진자’ 만을 위한 정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 하는가? 장애인과 서민을 우롱하는 정권이 편안한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결코 그렇게 쉽고 편안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친서민정책’을 제안하며, 장애인과 함께가는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는 그대들의 입발린 거짓에 진저리가 쳐진다.

우리 장애인은 지극히 기초적인 사회보장과,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하여 투쟁할 것이며,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의 시행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2010.1.6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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