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기관의 발달장애인 차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국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개정안을 즉각 심의하고, 발달장애인의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우리나라의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장애인 등 발달장애인들은 경찰, 검찰, 법원 등 사법기관으로부터 끊임없는 인권침해에 시달려왔다. 발달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해 상황판단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거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자기방어에 있어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특수한 조건에 대한 대한민국 사법기관의 이해도는 초보적인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은 사법기관 스스로 그것이 차별인지 아닌지조차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자행되어 왔다.

그동안 여러 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상황판단의 어려움으로 인해 자신이 저지른 죄가 아님에도 자백을 강요받고 부당하게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 왔다. 경찰은 비장애인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들을 용의자로 의심하고 심문하며 발달장애인이 무심코 던지는 말을 마치 자백을 한 것처럼 포장하여 그들의 인신을 구속하기도 했다. 연행?조사?심문 과정에서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언어적, 물리적 폭행마저 비일비재하게 자행되어 왔다. ‘인권의 보호자’가 되어야 할 사법기관은 발달장애인에게 있어 거꾸로 ‘인권침해의 가해자’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현재 시행 1년을 훌쩍 넘긴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계를 보이고 있는 내용 중 사법기관의 이용 절차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장차법 제26조 규정이 대표적인 예이다.

장차법 제26조의 주요 내용은 장애인이 원할 경우 사법기관의 이용 절차 과정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발달장애인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발달장애인이 원할 경우 보호자, 변호인, 통역인, 진술보조인 등의 조력을 받기를 신청할 경우 이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와 같은 규정은 실제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평가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그 특성과 주변 상황에 따라 자기표현이 다를 수 있고, 상황에 적합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그 상황을 마련해 주고, 주변의 조력자를 지원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찰에 의해 연행된 상태나,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등 비장애인조차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발달장애인은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표현하고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장차법 제26조의 규정이 있다고 하여도 발달장애인 스스로 지원의 필요성을 알아차리고 이를 강압적인 상황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사법기관이 피조사자에 대해 조사 개시 이전에 장애유무를 확인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법기관 내 이에 대한 자문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확보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덧붙여 사법기관 내 발달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매뉴얼 및 보완의사소통도구를 갖추고 이의 활용법에 대해 정기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발달장애인이 무심코 던진 ‘네’ 한마디로 모든 사건의 가해자로 치부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조금이나마 개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는 장차법 제정이전부터 장애계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것으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장차법 개정안에 동법 제21조 개정안과 함께 주요 개정사항(제26조 개정안)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법안심사소위는 현재 장차법 제21조 개정안만 논의하고 제26조는 정부의 반대와 타 법률과의 충돌을 이유로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지금껏 사법 절차상 발달장애인이 겪어온 차별에 대해 알고 있는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국회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올해만도 2명의 지적장애인이 부당하게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얼마나 많은 발달장애인들의 인권이 짓밟혀야 이에 대한 논의를 ! 쳄徘 것인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의원들이 당장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시급히 장차법 제26조 개정안을 심의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법 절차상 발달장애인의 인권침해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장애계의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발달장애자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부모들은 발달장애인의 인권이 사법기관에 의해 외면되고 침해되는 지금의 현실에 불안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2009년 7월 15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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