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출연한 배우 오영실씨의 연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SBS

2009년 SBS 일일드마라 ‘아내의 유혹’은 지상파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면서 ‘귀가의 유혹’, ‘구느님’, ‘탐정애리’ 등 온갖 유행어를 낳기도 했고, 연예오락프로그램에서 패러디를 하기도 하며, 막장드라마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며 숱한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평균 시청률 26.9%(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13주 동안 주간 전체 시청률 1위라는 기록을 남긴 체 지난 5월 1일(금) 129회 끝으로 장작 6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쳤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단에서는 이 드라마가 ‘고모의 유혹’이라고 불릴 만큼의 인기를 탄생시킨 인물 중 하나이며, ‘국민고모’라는 애칭까지 얻을 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속 등장인물인 ‘정하늘’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아내의 유혹>을 통해 급부상한 스타를 말하면서 오영실을 빼놓을 순 없다. KBS 아나운서 10년, 프리랜서로 10년, 도합 20년의 방송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방송인이었던 그녀가 <아내의 유혹>을 통해 첫 연기 도전한 ‘정하늘’역에 대해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실제나이는 40살이지만 10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가 있는 이’로 설명하고 있다.

아나운서로 각인돼있던 오영실은 쉽지 않은 캐릭터를 통해 막장드라마로 짜증이 난 시청자들에게 나름 활력소적인 역할을 하면서 ‘제2의 전성기’로 평가 받으며 드라마에서 돋보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시청자를 사로잡은 그녀는 <아내의 유혹>이 높은 인기를 얻는 데 한몫했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극중 ‘정하늘’이 ‘미인’에 의해 시설로 버려지는 장면은 장애인수용시설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용시키는 미인고시설의 비리 등 현재 시설의 문제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사랑에 열정적이며 그 사랑을 쟁취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자신의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당당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 영광(?)스러운 이면에는 미처 얘기하지 못한 부분들도 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지상파에는 끝나 잊혀가고 있지만 아직도 케이블에서 재방송이 한창인 가운데 아직도 그 드라마를 애청하고 있을...그리고 앞으로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정하늘’의 모습에 가려져 지적장애인에 대해 왜곡되어지고 비하되어지는 것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로 변함없이 자리 잡고 있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다. 이 드라마에서 역시 ‘정하늘’의 나이가 40대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도 안할법한 복장을 입고 등장한다. 양 갈래로 나눈 헤어스타일에서부터 방울달린 머리고무줄과 귀걸이, 레이스달린 치마와 옷들은 누가보아도 ‘큰 아동’ 같은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없게 한다. 방송에서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성인지적장애인이 그런 모습을 하고 다닐까? 설령 다닌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을 사랑스럽거나 귀엽게 보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를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던 건 하늘이의 대화법이다. 물론 지적장애인이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에서의 하늘이는 한글은 기본이요, 숫자도 셈도 모르고, 학교도 배움도 가져 본 적이 없으며 집에서만 생활하는 모습만 보여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늘이가 구사하는 언어력은 실로 놀라울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하늘은 ‘주범과 공범’의 차이를 알고 지목해 얘기(22회)하는가 한편, 숫자를 하나/둘/둘반/둘반반반(47회)씩 쪼개어 세기도 하고, ‘사생활에 관심이~’(47회)라면 핀잔을 주기도 한다. 또 본인이 모자라지 않다며, 은재가 죽어 흰옷을 입은 거라며 의미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가 하면(32회), 교빈과 애리, 은재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파악하여 얘기를 전하는 건 물론이고 때로는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거침없이 전해주기도 했다.

반면 오빠한테 동생을 사달라고 전화하러 달려간다든가(38회), 시장 보겠다고 50만원을 오빠에게 요구한다던가(56회), 용건, 빽 등 말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든가(47회, 101회) 등 어떤 상황에서는 정말 생뚱맞을 정도로 지적장애인을 ‘모자란’이미지로 표현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은 연출은 작가가 하늘을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인물로만 다로고자 한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 장애인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비하용어들이다. ‘팔푼이’남발은 기본이며, ‘바보’, ‘모지란’, ‘나이 값도 못하는’, ‘정신이 오락가락’, ‘물건을 훔쳐왔냐’, ‘재수 없다’, ‘왜 이렇게 못쓰게 됐어?’ 등 가족을 비롯해 주변사람들은 물론 자신 스스로에게도 서슴없이 비하용어를 난발하고 있었다.

끝으로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이 역을 맡은 배우이다. 일반 연기를 전공하거나 본업으로 하는 배우들의 경우에도 쉽지 않은 역중 하나가 장애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 연기력이 논란이 되기도 하고, 조승우나 강혜정의 경우와 같이 연기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영실의 지적장애인 연기는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영화 <유주얼 서스팩트>의 그것처럼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시청자들의 속이 시원할만한 의미심장한 말을 쏟아내며 드라마의 복선역할에는 충실했을지 모르나 지적장애가 있는 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상스러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었다.

이런 연기를 ‘오영실’이라는 배우가 펼쳤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오영실 씨는 과거 EBS <희망풍경>, KBS <사랑이 가족> 등 장애관련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로 활동하며 많은 장애인 가족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줬던 인물이기에 자신의 연기가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잘 알고 있으리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따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한 방송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바 있다. 첫 번째로 작가와 감독이 제작단계에서 극중 장애유형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 그들의 삶을 파악하며, 관련 단체나 장애인 당사자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 시청자 단체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고, 수시로 전문 모니터단을 구성해 피드백을 교환해야 한다.

또 내용구성과정에서 장애인의 ‘한계’를 다루기보다 ‘능력’을 강조해야 한다. 장애를 부각해 인간으로서 가지는 본능이나 개성표현 없이 무능력한 존재로 설정해서도 안 된다. 잘못된 설정은 리얼리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짐스런 존재로만 인식시켜 편견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가족에게 의존하여 아무 생각 없이 무위도식하는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고, 극중 장애인의 생활을 외부와 단절된 상황으로 그려서는 안 된다.

넷째, 장애인들의 문제나 이슈, 인간존중에 대한 메시지나 행동을 의도적으로 설정하는 작가들의 의식들이 필요하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방송에서의 장애 차별적 언어의 사용은 시청자로 하여금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을 수 있다. 잘못된 말을 적절한 표현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사회적으로 공식화할 우려가 큰 만큼 비하용어에 대한 지침은 매우 중요하며 신중한 주의가 요구된다.

30%가 넘는 시청률을 보유한 드라마답게 시청자들에게 미칠 파급효과를 생각해서 조금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면 막장드라마 속에서 장애인에 대한 의미를 다시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이런 드라마들 속에서 장애인의 모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까지 모니터단은 끝임 없는 모니터활동을 통해 장애의 문제를 알려낼 것이다.

*이 글은 올해로 9년째 활동 중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방송모니터단이 2009년 지상파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속에 등장하는 지적장애인 캐릭터 ‘정하늘’에 대해 모니터한 글입니다.

모니터단은 “방송의 변화를 진정으로 담보하기 위해 비판을 위한 모니터에 그치지 않고 방송제작진과의 소통을 도모하면서 생산적 의미에서 장애인권이 보장되는 방송으로 발전하는데 충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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