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투단 대회사]장애인 면세유 쟁취 결의대회를 열며

장애인 차량은 단지 장애인이 불편하기에 특수하게 개조된 차량일 뿐일까요? 발로 밟아야 하는 것을 손으로 조작하도록 하거나 손으로 조정해야 하는 핸들을 발로 조작하도록 개조한 것뿐일까요? 아니면 휠체어를 실을 수 있도록 의자를 뜯어내어 공간을 넓힌 자동차일 뿐일까요?

장애인들이 집을 나서면 온 세상이 장애물 투성입니다. 버스를 타려고 해도 계단에 오를 수 없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외출을 할 수 없습니다. 지하철을 타려고 해도 계단에 걸려 휠체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출발지 전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하여도 도착지에 편의시설이 없으면 아무런 볼일도 보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도착지 지하철역에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있어 밖으로 나온다고 하여도 가고자 하는 건물까지 가는 곳에 턱이라도 하나 있으면 우리는 꼼짝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언덕이라도 있으면 온 몸에 땀을 흘리며 가야하고 자칫 경사가 급하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하철 리프트에서 미끄러져 숨을 거둔 우리 동료 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장애인 차량은 그나마 사회생활을 가능하도록 큰 도움을 줍니다. 출퇴근을 가능하게 하여 장애인도 직장을 가지고 돈을 벌 수 있게 합니다. 비록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이라 하더라도 내가 노력하여 일할 수 있다는 기쁨은 평생 무능력자로 낙담하고 지내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병원에 가고, 쇼핑을 하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인간으로서 구실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자동차입니다. 그러기에 장애인에게 있어 자동차는 장애인의 발이요, 재활보조기구입니다. 내 발로 걷지는 못하지만 내 자동차로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박제된 인간도 아니고, 집이 감옥도 아닌데 세상 속으로 가야만 인간으로서 삶을 누릴 수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는 것입니다.

숨만 쉬고 가족에게 짐이 된다면 차라리 죽음으로서 그 고통과 슬픔을 지워버리고 싶을 것입니다. 우리를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것이 자동차이기에 우리는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자동차를 마련하고 운전을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우리의 다리와 같은 자동차를 가졌다는 이유로 정부는 우리를 가진자라 하여 도와 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자동차도 없는 장애인이나 도와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라는 극빈자에게 수당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예산을 더 확보할 생각은 하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졌던 LPG 가격 인상분 감면 제도를 폐지하여 그 돈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연말이면 우리에게 아직도 배고파하고 있음을 모르고 주어졌던 밥그릇을 빼앗아 생활보호 대상자인 수급자에게만 준다고 합니다. 왜 밥을 더 하지 않고, 왜 자신들의 밥그릇은 그대로 두고 아직 몇 숟가락 먹지도 않은 우리의 밥그릇을 빼앗는단 말입니까?

스스로 노력하고 세상 속에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우리의 눈물 나는 노력을 외면하고 노무현 정부는 장애인 수당을 늘여 주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예산 증액 없이 단지 우리의 밥그릇만 빼앗아 생색을 내고 말았습니다.

격려하고 능력을 신장시켜 자립하도록 지원은 더 못해 줄망정 지원을 받고 싶으면 자립하지 말고 더욱 가난해지라는 것입니다. 일어서면 중증 장애인이 아니어서 혜택을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이니 살겠다고 노력하지 말고 누어 지내는 장애인이 되라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다시 장애인 차량 LPG 감면을 해 주겠다고 장애인의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하였습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우리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인은 약자이므로 미물이라 약속 따위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무시해버릴 존재한 말입니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장애인에게 다시 자립을 위하여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겠다고 하여 놓고 단 한번도 기획재정위원회의 소위원회조차 열지 않아 아무런 진도가 나갈 수 없다고 장애인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 새로이 예산을 투입할 수 없으므로 이미 결정한 대로 장애인의 밥그릇을 빼앗아 다른 장애인에게 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은 돈으로부터 나오며 재정을 맡은 부처의 의견이 곧 나라의 변할 수 없는 정책입니다.

고유가 시대에 국민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하여 10조원을 거의 대다수 국민에게 나누어 주면서도, 경제난국을 위하여 수십조의 추경을 계획하면서도 어찌 유독 장애인 차량에 대한 지원만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버티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많은 일자리 창출 사업에 장애인이 그토록 일하고 싶어함에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 하나 없고, 우리를 가난 속에 수급자로 두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 달라고 외치는데도 100대 국정과제에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장애인은 일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인 발마저도 도끼로 찍어 버린단 말입니까?

이제 빚을 내어 마련한 차를 굴릴 비용이 부담스러워 차를 헐값에 팔고 다시 방바닥에 누워 무능력자로 차별받으며 신음 속에 죽어갈 수는 없습니다. 단 한번 사는 세상의 삶을 장애인으로 태어났다고 포기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일자리와 더불어 우리에게 사회적 활동을 위한 지원으로 면세유를 허용해 주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장애인의 정책은 장애인의 목소리에 맞추어 주십시오. 더 이상 우리를 무능력자로 취급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하찮은 존재로 여기지 말고 당사자로서 당당히 정책에 참여하게 해 주십시오.

조삼모사의 정책이 아니라 우리의 감수성을 인정하여 우리의 요구에 제발 귀 기울여 주십시오.

우리는 살기 위해 투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시설의 높은 담 속에 갇혀 길들여 지는 생활을 거부합니다. 주는 자의 거만함도, 받는자의 비굴함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합니다. 우리를 조금만 자립하도록 지원해 주면 되는 것을, 경사로만 놓아주면 스스로 갈 수 있는 것을 왜 우리를 들어서 짐짝처럼 나르며 생색을 내면서 우리를 슬프게 만들려 합니까?

오늘 우리의 결의는 세상 속으로 용감히 뛰어드는 각오이며, 진정한 생산적 복지를 구현해 달라는 외침이며, 그 결의는 면세유를 쟁취하여 그 힘으로 스스로 자립할 때까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입니다. 진정한 차별 없는 세상은 배려와 온정이 아니라 신체적 손상으로 인한 부족함을 보완하고 대체하여 능력을 동등하게 발휘하도록 환경을 갖추는 것이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바로 장애인 차량의 면세유 공급을 통하여 장애인의 당장의 자립기반이 열약한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자립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며, 자립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 역시 정당한 편의제공의 중요한 한 요소임을 분명히 천명하는 바입니다.

2009년 4월 20일

장애인 차량 면세유 쟁취를 위한 공투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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