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30% 조직 축소 방침을 철회하라!

우리 비정규직노동자·병역거부자·빈민·성소수자·여성·이주민·장애인·청소년·철거민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방침 철회를 원한다.

지난 2월 11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에 대한 30% 조직 축소 방침을 통보하였다. 내용으로는, ▲부산·광주·대구 등 3개 지역 사무소 폐쇄 ▲현 5국 22과 체제인 조직을 3국 10과로 축소 ▲정원 208명에서 146명으로 감축 등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국가인권위를 대통력 직속기구화하려는 시도를 하였고, 지난해 12월 12일 행안부는 국가인권위에 대해 50% 조직 축소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에 대한 행안부의 조직 축소 방침은 합당한 근거가 없다!

행안부는 현재 국가인권위의 업무가 매우 방만하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위와 같은 조직 축소 방침안을 통보했다. 그러나 2008 정부 1차 조직개편·인력감축안에 따르면, 행안부는 전체 정원의 6.1%, 문화체육관광부는 4.6%, 국토해양부는 8.3%, 통계청은 4.5% 등 그 어느 부처에서도 30%라는 감축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이번 국가인권위 조직 축소 방침이 형평성에 어긋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행안부가 발표한 해명자료에 따르더라도 국가인권위는 각 과와 지역사무소는 정원에도 못 미치는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차! 별금지법 시행 등으로 진정·상담·민원 건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가운데, 행안부가 진정으로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인력을 증원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편 청와대를 포함한 다른 부처들은 ‘위대한 국민을 위한 원로회의’를 발족하는 것을 포함하여 각종 위원회를 75개를 신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행안부와 이명박 정부가 정권 ‘효율성’을 핑계로 정권 입맛에 따라 그 동안 눈엣가시처럼 여겨오던 국가인권위를 무력화 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의심케 한다.

국가인권위의 축소는 인권이 설 자리를 축소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그 동안 이 땅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아 온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국가인권기구이다. 만일 국가인권위의 조직 축소가 이루어진다면 사회적 약자들은 인권침해와 사회적 차별을 어느 곳에다가 호소를 해야 하는가. 아직도 우리나라 정책에는 ‘인권’적이지 않은 방침들이 즐비하다. 또 이 사회 곳곳에서는 차별을 받으면서도 차별인지 모르는, 또 차별을 하면서도 차별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기존의 국가기구들이 하지 못했던 혹은 하지 않았던 기능들을 국가인권위가 인권의 기준으로 정책 권고와 인권교육, 차별구제 등을 수행해 왔던 것이다. 또 성차별·성희롱 업무 등 여성차별시정업무가 국가인권위로 이관되어 시행되고 있는 등 국가인권위의 축소가 성차별 업무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그 동안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철거민, 이주민, 병역 거부자, 빈민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사람들의 인권은 이제 국가인권위의 축소가 이루어진다면 이들의 인권도 함께 축소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축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200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시행된 이후 진정건수가 696건, 2007년의 두 배를 넘고, 국가인권위 출범 시기인 2001년(13건)에 비하면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장차법 시행 이후 행정인력 65명 증원을 요청했으나 당시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는 20명으로 축소 후 확정하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행자부 시절 국회에서 의결까지 거친 사안을 행안부가 행정부처로서 국회 의결사항까지 뒤집은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드는 것이고, 장차법을 무력화시키는 행태이다.

지역사무소 폐쇄는 소외계층에 대한 인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이다!

행안부는 부산·광주·대구 등 3개의 국가인권위 지역사무소에 대해서도 면전진정 등의 기능 외에 하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폐쇄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각각 12명이 정원인 지역사무소는 각각 6명의 인력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이는 각 지역사무소별로 년 평균 1천여건의 면전진정을 처리하기에도 벅찬 현실이다. 또 매년 늘어나고 있는 면전신청은 각 지역사무소가 해당 지역에서 자리 잡고 있! 것을 뜻하는 것으로, 수도권에 비해 고충이나 인권침해 사안을 진정·처리에 대한 접근성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이 보다 쉽게 자신들의 인권을 보장받고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서울에만 사무소가 있을 경우와 대비해서 지역 사안에 대한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것 등을 고려한다면 조직 축소가 아닌 인력 증원이 ‘효율성’에 대한 해답이다.

국가인권위 조직 축소는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국가인권위는 독립성이 생명이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가기구인 경찰의 인권침해, 행정부의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2년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이하 파리원칙)에서도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고, 여기서 독립성이란 정책·조직·재정·사람에게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행안부의 조직 축소안은 직제 개편 및 인력운영을 대폭 바꾸는 것으로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행안부가 내놓은 해명자료(08.1.16)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은 ‘인권위원의 임명절차 및 임기·신분보장, 업무방해’에 대한 것만을 의미하며 ‘조직·인사·예산 운영’의 독립성까지 보장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며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가 정부 눈치보기,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권침해분야만 조사한다면 ‘인권위는 권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행안부는 국가인권위를 단순한 행정부처로 보는 시각부터 바로 고쳐야 한다.

국가인권위 조직 축소는 국제적인 망신이다!

국가인권위는 국내에 마련된 국가인권기구이기도 하지만, 파리원칙에 근거하여 그 권한과 책임에 있어 국제적 기관으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한국은 유엔 가입국이며 유엔인권위원회 상임이사국이다. 또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부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국가인권기구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위치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인권위에 대해 합리적은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고, 국제기준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국가인권위의 역할과 성격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으로 조직을 축소시키려는 것은 유엔인권위원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기만적이고 자기모순적인 행태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국가인권위는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국가인권위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도 가치도 없어진다. 행안부가 조직축소를 통해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국가인권위의 손발을 자르는 행위는 국가가 더 이상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만일, 이달곤 내정자가 장관으로 임명되어 국가인권위에 대한 조직축소 방침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행태를 가만히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며, 더 깊고 넓은 연대로서 싸워나갈 것이다. 행안부는 국가인권위에 대한 조직 축소 방침을 철회하라!

우리의 요구

하나. 행안부는 국가인권위 축소 방침을 철회하라!

하나. 이명박 정권은 국가인권위 독립성 훼손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하나. 행안부는 국가인권위 인력을 증원하라!

하나. 이명박 정권은 인권이 설 자리를 보장하라!

2009.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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